우리나라에 외국 인력이 최초로 유입된 1980년대 말 이래로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 부족분을 채워 나가며 그 규모가 40여만 명 이상으로 증가해 온 상황이다. 또 국내 최고의 모 대기업에서는 외국인 핵심 인재 500여 명이 국제노동시장에서 특채돼 연구개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생산 현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시아 출신의 숙련공에게 눈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해 스키장에 데려가기도 한다는 보도다(본보 7일자 A2면 참조).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국민의 의식과 제도는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익숙해 있지 않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의식이 강해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사회통합 노력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 또한 이러한 국제 노동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효율적인 대처를 해 나가기에는 역부족한 모습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당장의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노동력 확충과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며, 교육훈련제도의 개혁과 평생학습체계의 구축을 통해 노동력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국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외국인 인력정책 패러다임 정립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외국인 인력 정책이 잘못되면 큰일이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미숙련 일자리를 잠식하여 저소득층의 실업이 급증한다든지, 관리체계의 소홀 등으로 외국 인력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여 국가이미지가 실추된다거나, 외국 인력이 우리 사회와 제대로 동화가 안 됨으로써 나타나는 외국인 범죄 및 사회적 갈등 문제 등이 발생한다.
필자는 개방화 시대에 정부가 취해야 할 외국인 인력 정책 패러다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경쟁력에 이익이 되는 외국인 전문 인력과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외국인 고액 투자자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에 외국인 인력 정책과 이민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둘째, 미숙련 외국 인력은 필요한 경우 한시적으로 도입하되, 적법한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도입하여 정당하게 보호하고 대우한다. 물론 이들의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단속 기반을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또한 산업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미숙련 외국 인력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하며, 외국인 노동의 유입이 산업구조조정을 저해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행정력 수준이 선진화된다는 전제하에 미숙련 외국 인력의 한시적 유입량도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외국인의 체류 및 외국 인력에 대한 통계체계를 구축하고,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외국 인력 정책 및 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하며 추진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우리 국민이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나가는 것은 따뜻한 인류애의 구현임과 동시에 냉정한 국익 차원의 전략인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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