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통상적인 국가 간 협상 테이블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교육 및 의료시장 개방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이 불필요한 반미(反美) 감정을 부채질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머쓱하게 된 것은 한국의 FTA 반대론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요구로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공공 의료시스템이 무너진다고 비판해 왔다. 또 대학 등 교육시장 개방으로 국내 공교육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그동안 반대론자들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월 한미 FTA 예비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도 “교육, 의료 등 공공제도는 통상의제가 될 수 없을뿐더러 미국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만 가정하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 간 협상의 특성상 앞으로 미국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을 보면 반대 논리가 ‘과잉 대응’이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1차 협상에서 마련된 통합협정문조차 전략상 서로 ‘뻥튀기’한 조항이 적지 않다고 우리 협상단은 분석한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부터 시작될 ‘본게임’에서 협정문의 거품을 걷어 내고 실제로 주고받을 품목을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판알을 잘못 튕기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특히 국내의 이해관계자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감정에 휘둘리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상황을 과장하지 말고 냉철히 접근해야 한다. 과거 적잖은 국제협상에서 한국 내 분위기에 휩싸여 결과적으로 ‘아쉬운 협상’을 한 전철을 이번엔 다시 밟지 않길 바란다.<워싱턴에서>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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