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의 순차 개혁 방안은 국민에 대한 속임수라고 우리는 본다. 유 장관이 두 달 전에 한 말도 뒤엎은 판에 정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무원 교사 군인의 반발을 무릅쓴 채 특수직 연금 개혁을 강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정 상태로 따지면 2047년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보다 이미 바닥난 특수직 연금 개혁이 훨씬 급하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이 퇴직 공무원의 연금을 올해만도 8452억 원이나 세금에서 대 줘야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1973년부터 적자인 군인연금도 해마다 수천억 원씩 혈세로 메우고 있고, 사학연금도 2019년 적자로 반전돼 국민에게 손을 내밀 우려가 높다. 말끝마다 ‘형평’을 내세우는 노무현 정권이 연금 문제에선 ‘형평’을 외면하면서 ‘기득권 특수직’과 ‘이등 국민’을 편 가르니, 일관성이 없고 비겁하지 않은가.
유 장관은 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의 동시 개혁 주장에 대해 “물리적으로 어렵다. 소관 부처가 따로 있는데 복지부 장관이 압박하면 일이 되겠느냐”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날 ‘싸가지 없다’는 평을 들을 만큼 ‘할 말을 해 온’ 그가 정작 국가대사(大事)인 연금 문제에서는 몸을 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치적으로 갈 길이 먼데, 공무원들까지 적(敵)으로 돌려서는 득(得) 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가.
국민연금은 개혁을 미룰수록 하루 800억 원씩 잠재적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연금폭탄’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진작 개혁하지 않은 탓에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기고 있다. 특수직 연금이야말로 ‘저항이 따르더라도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적용돼야 할 현안이다. 이런 문제에서 실제로 몸을 던지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개혁’을 하니 국민의 비웃음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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