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의 효용가치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노사정(勞使政)이 2004년 초 한 달간 10여 차례 회의 끝에 만든 ‘일자리 사회협약’이 시들해진 경험도 있다. 협약엔 ‘일자리가 복지의 기본바탕이자 핵심요건’이라는 등 좋은 말은 다 들어 있다. 그런데 정부는 협약실천에 무능했거나 무관심한 채 ‘양극화 타령’으로 곡조를 바꿨다. 작년 초 노사정을 탈퇴한 민노총은 국면마다 총파업을 외쳤다. 툭하면 싸우는 조직들이 법적 효력도 없는 사회협약을 맺은 것부터가 코미디였다.
▷외국에선 1980년대 이후 사회협약이 약간 늘어났다. 정권, 노동자단체, 재계가 각각 뛰어서는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며 싸움질만 하다간 모두 손해 본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도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많다. 협약 체결 후 상황이 바뀌자 변심한 때문이다. 그나마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경제사회발전위원회(CDES)가 도출한 ‘새로운 사회계약’ 보고서를 의회에서 최종 결정 받아 국정에 반영했다. 아일랜드는 3년마다 전략보고서를 만들어 실천하고 실적을 점검한다.
▷사회협약은 합의도 어렵지만 실천은 더 어렵다. 우리 정부는 짧은 시간에 ‘뚝딱’ 합의를 잘도 유도한다. 웃으며 사진 찍고 합의문은 액자 속에 넣어 걸어두지만 과연 그만한 실천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투명사회협약, 통일사회협약 등 협약이 많아질수록 가치만 떨어지지 않을까. 이보다는 정치인과 공직자가 취임선서라도 잘 기억하고 지켜 주면 좋겠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