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황호택]국민 행복지수 떨어뜨리는 교육

  • 입력 2006년 6월 20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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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천금의 골을 넣은 박지성 선수는 발재간 하나로 연봉과 광고 모델료를 합해 한 해에 ‘80억 원+α’를 번다. 186cm의 키에 서글서글한 용모를 자랑하는 16세 소녀 미셸 위는 1년에 5000억 원을 벌어들인다. 경제학은 스포츠 스타들의 재능이 다이아몬드처럼 희소성을 지녔기 때문에 높은 소득을 올린다고 풀이한다. 종교적 관점에서 말하면 조물주(造物主)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복을 주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지성과 미셸 위는 천성(天性)과 훈육(訓育)이 잘 결합돼 태어난 스타다. 나치즘은 인종의 천성을, 마르크시즘은 훈육을 통한 개량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스타는 천성이나 훈육, 어느 한쪽만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두 가지가 완벽하게 결합돼야 모차르트 같은 천재 음악가가 탄생한다. 아버지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일찍 발견해 맞춤형 교육을 시켰다.

좋은 교육을 받는 것과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는 것은 분명히 사회적 함의(含意)가 다르다. 좋은 차를 타는 것은 자동차세를 더 내고, 자동차 1대분만큼 경제 성장에 기여할 뿐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외부 효과도 크다. 그러나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개인의 성공과 더불어 인류 문화에 이바지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와 복지를 만들어내는 기업가와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다.

똑같은 집에 살고 똑같은 차를 타고 다니자는 말은 안 하면서 똑같은 교육을 받자는 이념은 우리 사회에서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 듯이, 부유층 자녀만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가난한 집안의 공부 잘하는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좋은 교육 자체를 말살하려는 정책은 국가와 인류에 돌아올 이익을 내버리는 짓이다.

잘 뛰는 학생은 마음껏 달리게 하고, 정부는 뒤처지는 학생만 끌어 주면 된다. 이 정부는 앞서 달리는 사람을 세워 놓고 뒷사람이 쫓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교육인적자원부 그리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국제중학교 반대라는 점에서 생각이 일치한다. 일류 대학도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노 대통령은 27개 대학 총장을 청와대에 불러 놓고 미래 한국을 이끌고 나갈 창발성과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높이고 본고사형 논술을 없애라고 못 박는 훈시만 했다.

찰스 다윈 같은 학자, 볼프강 폰 괴테 같은 문호는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여유 있는 재력과 부모의 훈육이 학문과 예술을 뒷받침해 주었다. 좋은 훈육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문화 수준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면 교육을 통해 부와 명예를 대물림한다고 흥분할 일만도 아니다.

인간은 출생부터 출발선이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 우수한 DNA에까지 상속세를 매길 수는 없다. 세상이 완벽하게 공평해질 수도 없고, 공평하지 않다는 것에 일찍 승복하는 것이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미국의 한 철학자는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말한다.

선거철에 실업고를 찾아다니며 인문고에 대한 박탈감을 선동하는 것이 과연 그들의 장래와 행복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적절한 직업교육을 받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으로 공평한 정책인가.

평등 교육도 좋지만 좋은 교육을 죽임으로써 뛰어난 천성을 평준화의 틀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다. 박지성은 우리의 새벽잠을 설치게 하면서 행복지수를 높여 주고 있지 않은가.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황호택 논설위원이 신동아에서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습니다.
가수 조용필, 탤런트 최진실, 대법원장 이용훈, 연극인 윤석화, 법무부 장관 천정배, 만화가 허영만, 한승헌 변호사, 작가 김주영, 신용하 백범학술원 원장,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이 시대의 말과 생각
황호택 기자가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
지은이 : 황호택
가격 : 11,000 원
출간일 : 2006년 01월 01일
쪽수 : 359 쪽
판형 : 신국판
분야 : 교양
ISBN : 8970904476
비고 :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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