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매매처벌법의 ‘섣부른 名分’ 비웃는 후유증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0분


2004년 9월 발효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은 실패작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성매매처벌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 거래경로가 다양하게 분화돼 오히려 관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만든 법이 성매매의 주택가 확산 등 부작용만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이 “도덕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조치(입법)가 본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따져보았다”는 이 연구에 따르면 설령 집창촌을 집중 단속한다 해도 성매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나 방향으로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뿐이라고 한다. 법 시행 후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가 늘어나면서 거래비용도 오히려 싸졌다는 얘기다. 성매매처벌법이 오히려 음성적 성매매의 확산을 부추기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당초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한 정부 내 여성 인사는 회의석상에서 어느 관료가 “입법의 문제점도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그렇게 부도덕해도 되느냐”며 일언지하에 입을 막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입법 동기가 순수해도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면 잘못된 법률이다.

노무현 정부는 법치(法治)의식이 취약하면서도 유난히 ‘법으로’를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여 왔다.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관계법’을 들고 나왔고,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라는 이른바 ‘대입 3불(不)정책’의 법제화까지 검토했다. 국방개혁안의 법제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기존 법과 제도로 얼마든지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실체가 의심스러운 국민정서나 사회 일각의 생떼를 반영해 ‘전시성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일 뿐이다. 이런 법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른다. 성매매처벌법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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