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좌파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R 교수는 “현 정권은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좌파 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세계경제의 큰 흐름에서 낙오시켰다”고 비판했다. 좌파이념이 구현된 대표적 정책으로 부동산정책과 평등교육을 꼽았다.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에 나눠 주는 지역균형정책도 평등주의의 소산으로 봤다. 이에 대해 L 교수는 “양극화와 불균형 등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보완하자는 정책을 좌파라고 한다면 모든 정권은 좌파”라고 맞섰다. 지금은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분배를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좌파냐 우파냐의 논쟁은 경제학의 주제로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경제학은 실사구시(實事求是) 아닌가. 현 정권의 경제성적으로 주제를 옮겼다.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R 교수는 저성장과 성장잠재력 위축을 들어 F학점을 줬다. 분배와 평등을 우선하는 L 교수도 똑같이 F학점을 매겼다. 이유는 ‘분배 악화’였다. 현 정권 아래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좌우가 모처럼 의견 일치를 봤다.
낙제의 원인에 대해 L 교수는 “갑작스럽게 정권을 잡다 보니 세부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분석했다. 정책방향은 맞는데 아마추어리즘과 무능 탓에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정권의 무능에 동의한 R 교수는 실패의 주요인으로 ‘잘못된 정책방향’을 들었다. R 교수는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면 인위적 재분배 없이도 소득 하위계층이 스스로 빈곤을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시장경제를 무시한 분배정책으로 모든 계층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원인 진단이 다르니 향후 정책에 대한 주문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L 교수는 “우파의 시장논리는 현 정권이 워낙 못하니 나온 얘기다. 시장에 맡긴다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고도성장은 정부가 잘했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정부 역할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 교수는 “누구도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 시장기능을 활성화해 성장을 하면서 분배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과거의 성장은 정부가 주도한 게 맞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경제에서 정부 주도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금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 정권이 남은 1년 8개월 동안 해야 할 일은…?
R 교수는 “더 기대하지 않는다.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잃어버린 5년이 또다시 오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완전히 낙오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 교수는 “일을 벌이기만 했지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다. 세금으로든, 공급으로든 부동산이라도 안정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 정권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앞으로 유능한 사람이 국정(國政)을 맡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 대해 좌우 경제학자들은 이념을 떠나 만장일치였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