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님! 한말씀]모건스탠리 박찬익 상무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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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세계 증시의 일부다. 밤사이 지구 반대편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지수 흐름이 달라진다. 투자자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견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국의 주요 기업 편입 비중을 해마다 조정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캐피털 인베스트먼트(MSCI)지수는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40%를 보유한 외국인투자가의 판단을 좌우한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의 박찬익 상무는 최근 하향세인 한국 증시에 대해 “길게 보면 올라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MSCI지수에서 한국 기업의 비중이 커진 것도 장기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연결재무제표 공시 횟수 늘려야”

박 상무는 “요즘 한국 증시가 위축된 것은 한국 경제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고 규모가 작은 나라의 경제는 내부가 아무리 탄탄해도 외부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정부와 기업의 재무구조가 몰라보게 건실해진 덕분이죠.”

경제의 변동성이 낮아진 동시에 성장성도 감소했지만 ‘불안 요인’에 민감한 주식시장에는 유리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수익의 기대치는 낮춰야겠지만 완만하고 장기적인 재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그는 “꾸준히 조금씩 상승하는 선진 증시가 되려면 먼저 기업 연결재무제표의 공시 빈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결재무제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묶어서 작성하는 것. 모회사의 실적이 좋아도 자회사 실적이 나쁘면 기업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다.

박 상무는 “지금처럼 1년에 한 번만 나오는 연결재무제표는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분기별로 공개하는 게 최선이지만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의 좋지 못한 기억들을 되짚어 보세요. 두산 SK 현대 등 하나같이 회계 문제였습니다. 연결재무제표가 자주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계열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투자자가 파악하기 힘듭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기업 공개’라 할 수 없어요.”

○ “최첨단 새 ‘성장 엔진’ 찾아야”

박 상무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당장 올해의 주식 투자에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하반기(7∼12월)에는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가 연초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입니다. 내년 전망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10개월 정도는 코스피지수가 1,150∼1,400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길게 내다보고 주요 투자 업종을 선별하는 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를 주도할 전략 산업의 변화를 미리 내다봐야 한다는 것.

“정보기술(IT)산업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처럼 중국과 일본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년 내로 중국 등에 따라잡히겠지요. 경쟁자들이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최첨단 영역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살길’이 될 대안으로 금융,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꼽았다. 금융업에서는 보험업, 바이오산업에서는 첨단 의료기기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인터넷과 게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박찬익 상무는…▼

△1960년 생 △1987년 충북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외환은행 입사 △1992년 영국 웨일스대 경영학 석사 △1993년 영국 레딩대 국제금융 석사 △1993년 현대증권 국제조사팀 △1998년 홍콩 코리아아시아펀드 수석 펀드매니저 △2001년 홍콩 HSBC 펀드매니저 △2004년 스위스 유니펀드 펀드매니저 △2005년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 투자전략담당 및 리서치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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