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메신저]별들이 잠든 밤 ‘샛별 메시’ 반짝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스탠드는 ‘오렌지 물결’과 ‘알비세레스테’(Albicereste·아르헨티나 유니폼)로 꽉 찼다. 한국의 ‘붉은악마’처럼 열광적인 응원은 없었지만 양쪽 모두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기원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남미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2일 프랑크푸르트 발트슈타디온에서 열린 아르헨티나-네덜란드의 C조 3차전. 남미와 유럽의 강호가 맞붙은 이날 경기는 양국 팬은 물론 지구촌의 관심이 쏠린 한 판이었다. 암표 값이 2000유로(약 240만 원)까지 치솟았고 4만8000명을 수용하는 스탠드는 빈자리가 없었다.

다만 양 팀 모두 2승을 거둬 16강을 확정 지은 상황이 맥 빠지게 하지 않을까 마음에 걸렸는데 역시 우승을 넘보는 양 팀은 무리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에르난 크레스포(32·첼시), 하비에르 사비올라(25·세비야), 가브리엘 에인세(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선발 명단에서 뺐다. 네덜란드는 아르연 로번(22·첼시),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31), 마르크 판 보멀(29·이상 FC 바르셀로나)을 벤치에 앉혔다. 경기는 시종일관 맥 빠진 흐름이었다.

한국의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는 네덜란드의 영웅 뤼트 판 니스텔로이(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지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한 차례의 결정적인 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최고 골잡이의 체력을 염려한 마르코 판 바스턴 감독은 후반 11분 리안 바벌로 교체했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리오넬 메시(19·바르셀로나)와 카를로스 테베스(22·코린티안스), 후안 로만 리켈메(28·비야레알) 등 아르헨티나 ‘3인방’이 보여 준 남미 특유의 기술과 힘이 느껴지는 공격은 인상적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온 메시와 테베스의 움직임은 ‘박지성 급’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쉴 새 없이 오갔고 공격형 미드필더 리켈메로부터 연결되는 볼을 받아 좌우에서 수비수 한두 명을 쉽게 제치고 들어가는 현란한 개인기에 상대 진영인 오렌지 물결도 탄성을 내질렀다. 페널티 지역 인근에서 띄워 주는 리켈메의 프리킥은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켈메는 전반 27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땅으로 깔아 준 절묘한 프리킥이 테베스의 발에 걸려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3인방의 개인기를 막아낸 네덜란드의 포백 수비라인도 눈길을 끌었다. 팀 더 클레르(23·아스널)-얀 크롬캄프(26·리버풀)-칼리트 불라루즈(25·함부르크)-케위 얄린스(28·AZ아크마르)가 보여 준 커버 플레이와 조직력은 아르헨티나의 현란한 개인기에 무너지지 않았다. 좌우를 오가는 메시와 테베스가 리켈메는 물론 좌우 윙백들이 찔러 주는 볼을 받아 문전을 파고들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막아냈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랍 휴스는 “베스트 멤버로 나선다면 아르헨티나가 최강일 것이다. 공격과 수비라인이 안정돼 있다. 특히 메시와 사비올라가 버틴 공격은 브라질보다 더 화려한 색깔을 내고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다”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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