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급식 大사고,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

  • 입력 2006년 6월 2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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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이 안고 있던 ‘대형 시한폭탄’이 터지고야 말았다. 수도권 중고교생 1700여 명이 CJ푸드시스템에서 공급한 학교 점심을 먹은 뒤 집단 식중독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고, 전국 93개교에서 9만여 명에 대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급식 사상 최악의 사태다.

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래도 비교적 믿을 만하다고 여겼던 대기업마저 대형 사고를 일으키자 학교급식에 대한 불신이 확산일로다. 중고교생들은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게까지 학원가 여러 곳을 들르거나 자율학습을 한다.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점심 한 끼 먹이지 못한다니,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던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의 말이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사고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급식업체는 ‘한 끼 2500원’ 안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값싼 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애당초 높았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업체에 맡겨 놓고 나 몰라라 해왔고, 교육당국은 사고가 나면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평소 행정권력 다툼을 할 때는 관계부처들이 핏발을 세우지만, 수많은 아이의 건강과 직결되는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애썼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정부는 어제 긴급 장관회의를 가졌다. 뒤늦게 법석을 떨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고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해당업체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물론이고 정부와 학교 내에서도 책임자를 가려 엄중 문책해야 한다. 급식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구조적인 위험성을 제거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고 처리과정은 교육당국의 기강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식중독 사례가 16일에 처음 확인됐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6일 뒤에야 급식 중단 조치를 취했다. 교육부는 말로만 ‘재발 방지’를 외치고 있을 뿐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평등교육 코드’의 전도사이자 전사(戰士)로 좌충우돌하는 사이, 그 밑에선 나사가 빠져버린 게 교육당국의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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