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세계는 ‘그의 입’만 바라본다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벌써 5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 기간에 세계 투자자들은 그의 입만 바라봤다. 그가 기침 한 번 하는 날은 세계 증시가 독감에 걸렸고 미소 한 번 짓는 날은 세계 증시에 훈기가 돌았다.

주인공은 2월 취임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5월 1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결정됐다. 50일마다 한 번 열리는 FOMC 회의는 28일(현지 시간) 다시 열린다.

도대체 FRB는 무엇이고, 의장은 누구이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세계 증시가 들썩이는 것일까.

○ FRB는 미국의 ‘한국은행’

FRB는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을 총괄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여느 나라 중앙은행이 다 그렇듯 FRB의 최고 임무는 통화가치의 안정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시장에 돈은 넘쳐나고 돈 가치는 떨어져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중국이라는 성장엔진 덕분에 호황기를 누렸다. 그 결과 금과 석유 같은 자산 가격이 올랐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FRB는 보통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기 전에 금리인상으로 먼저 대응한다. 과열됐던 경기를 ‘연착륙’시켜 침체가 아닌 조금 식는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

FRB가 2004년 6월 이후 무려 16차례에 걸쳐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유다.

금리 조정은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채권 및 주식시장, 소비, 집값은 물론이고 국가간 자본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FRB 의장은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린다.

금리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특성이 반영된 FOMC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 회의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7명의 FRB 이사와 12개 연방준비은행이 선출한 5명이 참가한다.

○ 버냉키의 설화(舌禍)

사실 FOMC 회의가 열리는 날은 코멘트를 ‘들을’ 수 없다. FRB가 오후 2시에 발표문 한 장만을 뿌리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통화정책 방향과 현재 경제상황 진단을 담고 있다. 일반인은 알 듯 모를 듯한 표현으로 이뤄져 있어 시장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석’한다.

그렇기에 FRB 의장을 비롯한 FOMC 회의 참가자들은 각종 모임에서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다. 신호를 해석한 시장은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충격을 사전에 흡수한다.

최근 ‘버냉키 설화’는 이런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2월 FRB 의장이 된 버냉키는 3월 예상을 깨고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설화는 다음 금리 결정 시기인 5월을 앞두고 시작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있지만 FRB가 한 번 이상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있다.”(4월 27일 상하원 금융위원회)

5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과 언론은 마치 내가 물가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온건주의자인 것처럼 보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5월 1일 CNBC 방송 보도)

세계 주가는 급락했고 버냉키는 국회 청문회까지 불려가 “말을 조심하겠다”고 했다.

5일 워싱턴 국제통화정책 포럼에서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조짐은 반갑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세계 증시는 또 폭락했다.

15일 그는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최근 수년간 움직여온 범위 안에 있다”고 했다. 세계 증시가 급등했다.

○ FOMC 회의를 주목하라

현지 시간으로 28, 29일 열리는 FOMC 회의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가 연 5.0%로 ‘중립 수준’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금리가 이보다 더 오른다면 세계 경제는 급속히 식을 우려가 있다.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이 되는 것.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혹시 이번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신호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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