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지혜로운 빚테크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① 대출이자보다 수익 높은가 ② 금리는 최저로 ③ 정책대출 활용

이른바 전문가들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에서 재테크의 첫 걸음으로 꼽는 것이 종자돈 모으기다. 일단 종자돈을 모아야 재테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것 없는 상태에서 돈을 모아 본 사람들은 안다. 종자돈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렇다면 종자돈 모으기 단계를 뛰어 넘어 바로 재테크에 들어가거나, 한번에 종자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빚’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빚 테크’ 방법을 알아본다.

○ ‘빚 테크’는 부자의 지름길

기요사키는 ‘부채가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빚을 이용해 생애 첫 부동산 투자를 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1974년 유명한 휴양지에 있는 콘도를 1만8000달러(약 1800만 원)에 구입했다. 돈이 없었던 그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10% 계약금을 걸고 나머지는 은행 빚으로 집을 샀다. 100% 빚으로 샀지만 이자 비용보다 임대료가 높아 매달 20달러가 현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1년 뒤 그 콘도를 4만8000달러에 팔아 1년 만에 3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기요사키는 “부자들은 재산을 늘리기 위해 빚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더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최고의 파트너”라는 ‘부자 아빠’의 말도 소개했다.

회사원 이주영(30) 씨도 지난해 3월 기요사키처럼 ‘모험’을 감행했다. 택지지구 아파트는 빚을 내서라도 구입하라는 회사 선배의 말에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인근의 40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 당시 1000만 원밖에 없었던 이 씨는 2000만 원을 신용대출 받아 계약금을 냈다. 미분양 상태여서 계약금만 있으면 중도금 40%는 무이자로 빌릴 수 있었다. 나머지는 저축과 회사의 주택자금 지원, 잔금 대출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친구들은 덜컥 사고를 쳤다며 걱정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 1억 원 정도 붙었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 박승안 팀장은 “대출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당연히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빚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며 빚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혜롭게 대출받는 요령

대출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기 위해서는 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있다면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금리가 낮다.

담보대출은 설정비(통상 대출금액의 0.7%)와 중도상환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부대비용을 따져도 대체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더 저렴하다. 한국씨티은행 이건홍 압구정골드지점장은 “예금 담보대출은 설정비와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담보대출 금리보다 더 간편하고 부담 없이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가 더 저렴한 은행으로 옮겨라

서울 용산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권형 씨는 3월 부동산 담보대출을 신한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옮겼다.

2년 전 처음 대출을 받을 때 연 5% 초반이었던 금리가 자신도 모르는 새 연 6.1%까지 오른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중도상환수수료로 상환 금액의 1%인 500만 원을 내야 했지만 하나은행 금리가 1%포인트 더 쌌기 때문에 1년 안에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씨는 하나은행으로 옮겨 매달 이자 비용만 50만 원을 아끼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지 6개월 이상 된 사람이라면 금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지나치게 올라서 옮기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적어도 0.1%포인트는 깎을 수 있다.

○ ‘빚 테크’ 주의할 점

기본적으로 빚은 없는 게 좋다. 따라서 불필요한 빚은 줄이는 게 최선이다.

투자를 위해 빚을 내더라도 수익률이 확실한지를 한 번 더 따져야 한다. 여윳돈을 잃는 것과 빚을 내 투자했는데 손해를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글=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 실전 빚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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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임원 허모(42) 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3자녀를 둔 가장이다.

연봉은 약 5000만 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29평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2008년이면 경기 김포시에 분양받은 34평 아파트로 옮길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갚을 빚이 있다. 아파트를 살 때 연 6.2% 금리로 1500만 원의 담보대출을 받았고 은행 마이너스 대출도 16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1000만 원은 주식에 투자했다.

전문가가 보기에 허 씨의 ‘빚 테크’는 어떨까.

신한은행 서춘수 프라이빗뱅킹(PB) 지원팀장은 “대출을 갈아타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서 팀장의 조언을 소개한다.

우선 예금을 늘려야 한다. 허 씨는 월 400만 원 수준의 봉급 가운데 예금과 보험 등에 약 100만 원만 넣고 있다. 허 씨는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대출은 대부분 연 7% 이상의 금리를 받는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인 것을 감안하면 주식으로 연 12% 가까운 수익을 올려야 본전이 된다. 차라리 대출을 갚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라는 것.

또 허 씨의 담보대출 금리도 연 6.2%로 높다. 조건이 좋은 새로운 대출을 찾아 갈아타야 한다. 은행권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만 해도 현재 연 5%대 중반∼6%대 초반.

더욱이 허 씨는 급여생활자이므로 장기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2008년 옮길 김포 아파트는 그 대상이다.

급여생활자는 공시가격 3억 원 이하의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 아파트에 입주할 때 대출을 받으면 매년 갚는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자녀가 셋 이상인 고객에게 0.5%포인트의 금리를 더 깎아 주는 은행도 있다. 허 씨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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