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안 연세대생이 이 기사를 올린 홍보처 담당자에게 항의하자 국정브리핑은 같은 내용을 지방대 학생 이름으로 고쳐 계속 내보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뒤 거센 비판이 일자 홍보처는 지난달 30일 사과문을 머리기사로 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이나마 이날 저녁부터는 ‘사이트 개편 작업’ 때문에 아예 사과문을 볼 수 없었고, 2일에는 홈페이지 첫 화면 기사 목록 중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이 한 줄 걸쳐 있는 정도였다.
홍보처 정책뉴스팀 간부는 “실수를 인정하지만 악의는 없었고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연세대 학생의 연락처를 받아 미리 기사를 작성했다”며 “이후 학생들에게 연락해 기사를 수정하려 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실수였고 악의는 없었다’고 했으나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조작한 것을 고의성 없는 ‘실수’로 볼 수 있을까.
국정브리핑이 언론 보도의 논조와 용어 선택까지 문제 삼으며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국정브리핑이 언론의 책임과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관제(官製) 언론’ 구실을 하다 보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기자라면 기사 조작은 생각할 수도 없는 ‘반칙’이다. 기사 대신 ‘작문(作文)’을 하는 것은 기자와 언론사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허위 기사를 쓴 기자와 책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직을 버려야 하고 언론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국정브리핑도 ‘언론’이라는 문화관광부의 유권해석까지 나온 마당에 사과문 하나 올려놓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도(正道)인지 기자 출신인 김창호 홍보처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박민혁 정치부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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