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근]기본기 외면한 세제개혁

  • 입력 2006년 7월 4일 03시 12분


모든 개혁이 그러하듯 세제개혁도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

현행 부동산 세제 중에는 조세의 주 목적인 재원확보를 도외시하고 조세외적 목적인 ‘투기억제’에 치중한 세제가 많다. 정부는 세제개혁의 기본 방향을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공평하고 원활하게 확보하는 데 둬야 한다.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재원확보에 충실한 세제를 만들려면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가능하다.

첫째, 공평한 세제다. 납세자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통 소득, 소비, 재산을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중에서 ‘소득’이 주 세원(稅源)이고 나머지는 보조 세원에 불과하다.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그에 맞는 세금을 부과해야 공평하고 무리 없이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세금구조는 주 세원인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 비중은 낮고 보조 세원인 ‘소비’와 ‘재산’에 부과하는 소비세와 재산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민들의 소득세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라는 세금구조를 가지고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란 어렵다. 신용카드사용 활성화, 금융거래 투명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폐지 등 소득파악 시스템을 정비해 ‘소득과세’를 강화하고 ‘소비와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의 50%가 세금 한 푼 안 내는 과세미달자인 것도 문제다. 저소득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세금 한 푼 안 내는 과세미달자만 양산하는 ‘소득공제 확대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반면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고 10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의 상향조정, 연간 50만 원에 머물고 있는 근로소득세액 공제액의 인상 등 현실과 괴리된 세제는 개선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세제다.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특정분야를 지원하는 ‘조세감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세감면은 무려 140여 가지에 연간 세액이 18조 원에 이른다. 효율적인 세제운영을 위해 방만한 조세감면을 줄인다는 방침은 옳은 방향이다. 다만 각 국가가 ‘세금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법인세율을 경쟁국 수준보다 높지 않게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지원은 늘려 나가야 한다.

셋째, 중립적인 세제다. 조세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부동산의 취득·보유·양도에 이르는 과정을 세금으로 옥죄는 부동산세제는 조세가 시장에 과잉 개입한 사례다. 투기억제 목적의 부동산세제는 부동산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왜곡시켜 ‘부동산가격 버블’의 원인이 됐고,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을 비효율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가격은 양질의 주택공급, 적정한 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신축적 운영 등 시장원리에 맞는 수요와 공급 정책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정도다. 또 부동산 세금의 과세표준이 시가수준으로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참여정부 세제운영 기본방향에도 어긋난다.

박상근 세무사·명지전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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