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뱅킹그룹 ABN AMRO는 일찌감치 월드컵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사커노믹스(Soccernomics·축구경제학)’를 내놨다. 우승을 하면 경제성장률 0.7%포인트를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고 봤다. 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국민들이 신이 나서 돈을 쓰게 되고, 투자와 생산성이 덩달아 올라가며, 주식시장까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2002년 우승한 브라질의 그해 경제성장률은 1.91%였다. 별로 높아 뵈지 않지만 이듬해엔 0.4%로 뚝 떨어졌다. 우승 못 했으면 더 나빴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 전체의 경제를 위해서라면 올해 우승국은 유럽에서 나와야 한다고 ABN AMRO는 분석했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다. 자칫 달러화 가치 폭락으로 세계경기가 급랭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축 처져 있는 유럽의 소비가 살아나야 미국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인구와 경제수준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효과도 커진다. 그렇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이 우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세 나라 모두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은 높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해고도, 고용도 힘든 것이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독일은 월드컵을 주최한 홈팀이어서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 프랑스 경제는 두 나라보다 좀 나은 상황이다. ABN AMRO가 세계경제를 위해 꼭 우승했으면 하고 바랐던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그래도 길게 보면 월드컵 우승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경제를 살리는 ‘결정골’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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