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배니 뭐니 거대 담론은 모두 헛소리”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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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한 인터뷰에서 “분배니 뭐니 거대 담론은 모두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양극화 해소 및 복지’에서 ‘경제 활성화’로 선회하도록 유도한 배경을 설명한 말이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조율한 것’이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반성’이라니 계속 지켜볼 일이다.

어느 정부나 ‘복지, 분배’를 외쳤지만 노무현 정부야말로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증원이나 증세(增稅), 재정 확대를 주장할 때 늘 ‘복지’를 내세웠다. 그는 4월 정부 행사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혁신으로 잡는다”고 했지만 저성장이 여전하고 복지 개선도 말 같지 않다. ‘성장, 분배, 두 마리 토끼 잡기, 혁신’은 말은 근사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머니 무슨 소용인가. 가사(歌詞)가 좋은 노래를 부른다고 누구나 가수(歌手)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 정부의 거대 담론 또는 ‘구호(口號) 경제’에 대한 강 의장의 비판은 너무 늦었다. 성장-분배, 감세-증세 논쟁과 부동산 ‘세금폭탄’ 논란 때 강 의장 같은 이른바 ‘실용파’ 여당 의원들은 뭘 했는가. 고위 관료,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으로 누릴 만큼 누린 그들이니 정치적 역공을 받더라도 ‘운동권적 개혁’밖에 외칠 줄 모르는 386들을 질타하고 정부의 ‘코드정책’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뒤늦은 반성마저도 미덥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징벌적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수정할 것처럼 하다가 또 말을 바꾸었다. 강 의장 역시 그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고치면) 본래의 정책 의지가 약화되고 국민의 2% 미만만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발을 뺐다. ‘2%만 때린다’는 말은 사실도 아니다.

경제정책 운용 경험이 풍부한 강 의장 같은 인물이 여당의 ‘대선용(大選用) 정책 기술자’ 노릇에 그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선거용이 아닌 시장친화적 민생 회복정책, 민간 활력 증진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 출범할 정부 경제팀이 ‘실패한 코드정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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