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는 2000년 푸틴 대통령 취임 이래 연평균 6% 성장했다. 임금이 매년 10%씩 올라가니 국민은 대통령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유가상승 덕이 크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룩한 ‘정치적 안정’이 없었다면 고도성장과 국민적 자부심의 회복이 지금만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 북한 미사일이니, 에너지 안보니 아무리 큰 의제를 외친대도 러시아인들의 귀엔 안 들릴 것 같다. 그들의 주제는 하나다. ‘다시 보라, 세계무대로 돌아온 위대한 러시아를!’
▷푸틴 대통령의 카리스마를 니키타 흐루쇼프(흐루시초프)의 증손녀 니나 흐루셰바는 ‘푸티니즘(Putinism)’이라고 했다. 스탈린 숭배, 공산주의, KGB 정신에 약간의 시장주의를 합친 변종 이데올로기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러시아인들은 극심한 혼돈과 빈곤을 체험하며 민주주의에 실망했다. 당당했던 소련과 러시아제국, 스탈린과 황제가 그리워졌다. 자유가 좀 없었지만 그건 일부 개인의 문제였다. 그때 일거에 혼란을 정리하고 국민을 사로잡은 영웅이 푸틴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자유민주주의와 더 멀어진 나라가 됐다. 경제는 물론이고 의회와 사법부, 언론까지 몽땅 크렘린 손아귀에 잡혀 있다. 부패와 비효율이 엄청나다. 오일머니만 믿고 산업경쟁력을 키우지 않는 대가도 언젠가 치를 것이다. 아무튼 푸틴이라는 ‘괴물’을 어찌 대해야 할지 G7 정상들은 고민스러울지 모른다. 외교의 거장 헨리 키신저는 무겁게 말하고 있다. “적으로 여기면 잘못이다. ‘표트르 대제(大帝)’ 같은 러시아 파워가 부활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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