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프로야구 한화 ‘괴물 신인’ 유현진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장마 전선이 드리운 12일 서울에서 경남 마산까지 가는 도로 위 하늘은 변화무쌍했다. 장대비가 몰아치다 대구를 지날 무렵엔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비쳤고 마산에선 다시 흐렸다.

19년의 짧은 인생이지만 태풍과 햇살이 교차했던 유현진(한화·사진)을 생각나게 했다. 그는 롯데와의 원정경기 때문에 마산에 와 있었다. 인천 토박이인 유현진이 동산고 시절 맞닥뜨린 태풍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했다. 동산고 최영환 감독은 “그 태풍이 유현진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 고1때 큰 부상 이겨내 별명 ‘포커페이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야구 글러브를 갖고 놀았다는 ‘야구 소년’ 유현진은 인천 창영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 입단 테스트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당시 임우일 감독을 놀라게 했다.

야구를 좋아했던 아버지 유재천(50) 씨의 도움을 받아 선수가 되기 전에 이미 기초는 다 닦았다는 것. 동산중에 다닐 때 키가 170cm를 이미 훌쩍 넘어섰고 동산고 1학년 때인 2003년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37km나 됐다. 그해 9월에 열린 미추홀기 고교대회에서 그는 동산고 마운드를 도맡으며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았다. 그의 야구 인생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끝나고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먹구름이 몰려온 것이다. 6개월간의 통원 치료. 해를 넘기고도 차도가 없었다. 서울의 이름난 정형외과에서 팔꿈치 안에 들어 있던 뼛조각을 찾아냈다. 2004년 4월 수술 뒤 다시 7개월간의 재활 훈련.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가 아닌 병원으로 갔다. 인천 집에서 서울 송파구 방이동까지 왕복 5시간.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귀가했다. 공 한번 못 잡아 보고 2학년의 한 해가 그렇게 흘렀다.

유현진은 ‘포커페이스’라는 말을 듣는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투수에겐 특히나 필요한 부분이지만 19세의 나이에 포커페이스라니. 마산 숙소에서 마주 앉아 바라본 그의 크고 둥글둥글한 얼굴에는 과연 감정은 없고 장난기만 가득했다.

“그 시절요? 글쎄요.”

“그래도 속으로는 힘들었지?”

“네.”

“병원 가는 버스 안에서 무슨 생각했어?”

“그냥, 빨리 재활 끝내고 친구들과 야구 해야지, 했어요.”

“계속 그 생각만?”

“넵! 아, 잠도 자고요. 헤헤.”

길고 고통스러운 재활이 끝나고 마침내 실전 투구를 시작했다. 2005년 2월 전북 군산의 훈련캠프에서였다. 1년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1이닝 투구에서 최고 구속이 142km나 나왔다. 자신도 어떻게 구속이 더 빨라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결국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어머니 박승순(47) 씨는 “현진이가 하루 5∼6시간의 힘든 재활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그것도 부족해 아파트 11층 집까지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지옥’에서 돌아온 유현진은 승승장구했다. 그해 청룡기 고교대회에선 우승 주역이 됐다. 하지만 부상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1차 지명 우선권이 있던 SK와 2차 지명을 가장 먼저 할 수 있었던 롯데가 차례로 그를 외면했다.

“딱 하루 기분 나쁘다가 그냥 잊었어요. 설마 갈 데야 없겠나 했죠.”

○ 목표 18승… 투수 3관왕 가능성 높아

유현진의 낙천성은 국가대표급이다. 한화에서 유현진은 ‘복덩이’로 통한다. 선동렬(삼성 감독) 이후 첫 투수 3관왕(다승, 평균자책, 탈삼진)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유현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최근에는 팀 선배 구대성에게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전수받았다.

“올해 목표는 18승.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어요.”

유현진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접어 두자. ‘곰탱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현진은 어쨌든 지금은 야구를 같이 할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행복해 보이니까.

마산=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유현진의 모든 것

△출생: 1987년 3월 25일 인천 △출신교: 창영초-동산중-동산고 △신체조건: 188cm, 90kg, 허벅지 둘레 28인치, 좌투우타, 혈액형 A형 △입단계약: 계약금 2억5000만 원, 연봉 2000만 원 △올 시즌 성적: 12승 3패(다승 1위), 평균자책 2.17(1위), 탈삼진 127개(1위) △형제: 2남 중 차남 △취미: “야구밖에 몰라요. 컴퓨터 게임도 야구 게임인 ‘마구마구’를 즐겨요”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 ‘왕의 남자’ △무서운 사람: 초등학교 때 야구 감독 선생님 △투수의 매력: “투수가 공을 던져야 비로소 경기가 시작된다” △하루 수면량: “10시간, 아니 8시간” △좋아하는 음식: 육류. 특히 삼겹살. “고교 때 5인분까지 먹었다” △즐겨 입는 옷: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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