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김 위원장의 남녘 충복들

  • 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해야 발 뻗고 잘 수 있는 사람이 남한에도 많을 것이다. 김 위원장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숭김(崇金) 세력이다.

이들에게 아예 장군님 곁에 가서 살라고 하면 “남에서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는 과업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깨야 한다. 북한 노동당 규약과 인민헌법에 새겨진 ‘적화(赤化)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긴요한 반미(反美)사업을 이들이 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린다. 그러면 어떠냐. 친북반미(親北反美)업자들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성업 중이다. 김 위원장이 상(賞)을 내리기도 전에 남한 정부가 섭섭지 않을 만큼 보상해 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 살려 기업 일자리 늘리는 데는 둔하지만, 친북 좌파(左派)에게 자리 만들어주고 국민 세금 퍼주는 데는 민첩하다. 정부, 정치권, 관변단체, 문화계, 유사(類似)언론계, 과거청산업계 등에 숱하게 새로 생긴 ‘코드 일자리’를 하나씩 얻어 챙긴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면 안다. 탈북자 돕기 사업에 쓸 예산은 없어도, 미군(美軍) 내쫓으려고 죽봉 휘두르는 불법 폭력시위단체에는 1억 원쯤 쉽게 준다.

이처럼 황금기(黃金期)를 누리는 친북좌파 장사에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김 위원장의 미래다.

정부와 정치권에 터 잡은 주사파(主思派)를 포함한 친북좌파에겐 우파(右派)정권의 재등장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김 위원장 체제 붕괴가 두려울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父子)에게 충성하고 은전(恩典)을 받은 기록이라도 평양에서 나오면 치명상(致命傷)을 입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나 남한 내 친북좌파에게 노무현 후계정권의 향배도 중요하다. 6·15남북축전 북측 단장이 ‘민족끼리’를 외치던 입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가 전쟁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위협하는 것도 절박감의 표출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네거티브 북풍(北風)’으로 내년 대선을 좌우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남한 대선 판을 뒤집기 위해 협박 아닌 극적인 ‘평화 카드’를 구상할지도 모른다. 전격적인 노-김 정상회담에서 ‘슈퍼 빅딜’을 성사시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석방해 2007년판 ‘민족 드라마’를 연출할 수도 있다.

문제는 남의 친북좌파와 북한 정권이 ‘민족, 눈물, 통일 환상’ 메뉴를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서 김 위원장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을 중국 러시아까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북의 ‘벼랑 끝 전술’이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게 됐음을 뜻한다.

북은 “세상이 변한다고 우리의 원칙도 변할 걸로 생각한다면 개꿈”이라며 “더 강력한 힘을 보여 줄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중국마저 변했음을 김 위원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미중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유엔 안보리 결의 직후에 회담을 갖고 북한문제에서 ‘전략적 장기적 협력’을 다짐했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사석에서 “후 주석은 김 위원장을 ‘완전 또라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일의 대북 제재 공조는 더 집요할 것이다. 노 정부도 북한 감싸기에 한계를 느끼는 듯하다.

북이 장·중거리 대포동·노동 미사일로 미일을 또 자극할 엄두는 못 내고, 남한만이 타격권(圈)인 스커드 미사일을 다시 쏘거나 국지적(局地的) 무력충돌을 도발할 가능성은 있다. 그럴 경우 김 위원장과 ‘북을 북의 입장에서 이해(理解)하자’는 노 대통령의 ‘내재적 접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점(臨界點)을 넘어 폭발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의 친북좌파는 북의 미사일 발사를 미화(美化)하고 “전쟁을 실제로 억제하는 것은 북의 군사력”이라는 북의 허튼 주장을 따라 되뇐다. 이들 친북좌파야말로 선군(先軍)정치로 포장한 병영(兵營)국가를 고무·찬양함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무모한 불퇴전(不退轉)의 의지를 부추긴다. 이것이 김 위원장과 친북좌파의 위기를 앞당길 것이다. 노사모가 노 대통령을 망가뜨렸듯이.

배인준 논설실장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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