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汶山과 楊口

  • 입력 2006년 7월 20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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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문산읍은 1996, 98년 폭우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1999년엔 더 심하게 아파트 2층까지 물에 잠겼다. ‘상습 침수’라는 오명이 붙을 만했다. 홍수가 나면 주민들은 강물이 넘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제방만 쳐다봤다. 강원 양구군도 1999년 여름 나흘간 660mm가 넘는 폭우에 손을 들었다. 역류한 파로호 물이 민가를 덮쳐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그런데 두 도시는 이번 ‘물 폭탄’을 이겨 냈다.

▷임진강과 문산천이 ‘ㄷ자’ 모양으로 둘러 가는 문산은 2000년부터 3년간 국비(國費) 등 4000억 원을 들여 수방(水防) 시스템을 구축했다. 50∼1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홍수에도 버틸 수 있게 강폭을 넓혔다. 펌프장이 침수돼도 물을 퍼낼 수 있게 수중 모터를 설치했다. 철도와 도로를 기존보다 최고 6m나 더 높이고 강 제방도 보강했다. 요 며칠 새 500mm가 넘는 폭우에도 도시 침수가 없었고 외곽지대 침수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양구도 2000년부터 수백억 원의 예산으로 하천 정비에 나섰다. 하천 폭을 넓혀 수입천과 서천의 유역 면적을 각각 36%와 14% 늘렸다.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낮은 다리는 높고 긴 아치 모양으로 바꿨다. 제방은 바위로 다시 쌓았다. 그 덕을 2002년 태풍 루사 때 톡톡히 봤다. 인근 지역은 수백억 원대의 수해를 입었지만 양구의 피해는 30억 원에 그쳤다. 이번에도 14∼16일 513mm의 ‘물 폭탄’을 맞았지만 피해가 150억 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적었다.

▷수마(水魔). 표현 그대로 무서운 재앙이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은 마귀도 막아낸다. 몇 차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문산과 양구도 그런 경우다. 문산의 수방시스템 건설 실무를 맡았던 김영구 파주시 도시건설국장은 “문산이 한 번 더 잠기면 한국이 모두 잠긴다고 되뇌며 다각적으로 대비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졌다. 두 도시에선 더 많은 공무원이 수재 비상근무에 나섰고 현장 대피지도(待避指導)에 열을 올렸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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