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과 문산천이 ‘ㄷ자’ 모양으로 둘러 가는 문산은 2000년부터 3년간 국비(國費) 등 4000억 원을 들여 수방(水防) 시스템을 구축했다. 50∼1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홍수에도 버틸 수 있게 강폭을 넓혔다. 펌프장이 침수돼도 물을 퍼낼 수 있게 수중 모터를 설치했다. 철도와 도로를 기존보다 최고 6m나 더 높이고 강 제방도 보강했다. 요 며칠 새 500mm가 넘는 폭우에도 도시 침수가 없었고 외곽지대 침수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양구도 2000년부터 수백억 원의 예산으로 하천 정비에 나섰다. 하천 폭을 넓혀 수입천과 서천의 유역 면적을 각각 36%와 14% 늘렸다.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낮은 다리는 높고 긴 아치 모양으로 바꿨다. 제방은 바위로 다시 쌓았다. 그 덕을 2002년 태풍 루사 때 톡톡히 봤다. 인근 지역은 수백억 원대의 수해를 입었지만 양구의 피해는 30억 원에 그쳤다. 이번에도 14∼16일 513mm의 ‘물 폭탄’을 맞았지만 피해가 150억 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적었다.
▷수마(水魔). 표현 그대로 무서운 재앙이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은 마귀도 막아낸다. 몇 차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문산과 양구도 그런 경우다. 문산의 수방시스템 건설 실무를 맡았던 김영구 파주시 도시건설국장은 “문산이 한 번 더 잠기면 한국이 모두 잠긴다고 되뇌며 다각적으로 대비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졌다. 두 도시에선 더 많은 공무원이 수재 비상근무에 나섰고 현장 대피지도(待避指導)에 열을 올렸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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