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만약 패를 이긴 뒤 가일수하면 우상 귀 흑을 깨끗하게 잡는다. 그러나 흑은 패를 이겨 가일수한다고 해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우상 귀에서 잡힌 백돌을 활용하는 뒷맛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백 56은 절대 팻감이나 우상 귀 패에 여유가 있어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한종진 6단은 백 60으로 패를 해소했다. 우상 귀 패를 이기는 정도로도 포석에서 앞섰다는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패를 이용해 흑을 더욱 괴롭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백 60으로는 참고도 백 1로 밀어 패의 크기를 키우는 수법이 좋았다. 백 11까지 패를 따내면 흑의 팻감이 마땅치 않아 흑이 곤경에 빠졌을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상대에게도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백이 여유를 부리자 그 틈을 타 흑도 67까지 두면서 한숨 돌렸다. 60…○, 78…○, 80…69.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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