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까지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설이 나온 것은 7월 3일 개각 전인 6월 말부터였다. 하지만 천 장관은 이때만 해도 장관직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보였다. 6월 21일 열린우리당의 몇몇 의원을 만났을 때도 “사법개혁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 법무부에 남아 있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7·3개각은 법무장관이 제외된 상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제헌절을 전후해 천 장관 교체설이 다시 불거졌다. 진원은 다름 아닌 천 장관 자신이었다. 그는 17일 몇몇 기자와 만나 “조만간 당에 복귀해야죠. 조만간의 조자는 일찍 조(早)이고, 만자는 늦을 만(晩)”이라고 선(禪) 문답하듯 얘기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다시 만난 그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왜들…”이라고 남의 탓까지 했다. 그러더니 20일 당 복귀를 시인했다.
그럴 것 같았으면 7·3개각 이전에 사퇴했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천 장관 때문에 개각 한 달 만에 또다시 개각을 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천 장관의 ‘망설임’이 자신의 정치적 계산 때문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천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김근태 의장 체제가 출범한 상황에서 돌아가는 것이 적절한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의 입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다.
당내에선 “소신 있는 정치인을 잃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3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유일한 현역의원으로서 보여 줬던 과거의 소신과 최근의 행보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천 장관이 한 달간 고민하는 동안 검찰과 법무부도 한 달 동안 흔들렸다. 그래서 정치인 출신 장관은 환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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