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해양부 영문이름 괴담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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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요즘 가슴 아픈 일과 웃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과로로 쓰러지는 직원이 하나 둘 생기더니…. 결국 부처 영문 이름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MOMAF’를 그대로 읽으면 ‘몸아프’. 발음이 그러해 안 좋다는 겁니다. 바다의 신이시여! 해양부 직원을 지켜주소서….》

해양수산부가 때 아닌 ‘영문(英文) 이름 괴담’에 휩싸였습니다.

태풍 에위니아에 따른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일 밤샘 근무를 하던 해양안전정보센터 6급 공무원 손영일 씨가 21일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그러자 한동안 잠잠했던 해양부의 영문 이름 ‘MOMAF(Ministry Of Maritime Affairs & Fisheries)’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MOMAF’를 그대로 읽으면 ‘몸 아프’이기 때문에 그동안 불행한 일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해양부 직원이 순직한 사례는 유난히 많습니다.

1999년에는 신길웅 해양안전심판원장이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던 중 쓰러져 숨졌습니다. 2003년엔 주영(駐英)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정순석 수산관이 순직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산 양식어류에서 발암 의심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된 뒤 어민 대책과 국회 요구자료 처리를 맡았던 어업자원국 배희찬(7급) 씨가 청사 부근 목욕탕에 잠시 쉬러 갔다가 숨지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부처의 영문 이름이 뭐 그리 대수로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료 사회에선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모피아(MOFIA)’를 예로 들어볼까요? 옛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 관료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마피아에 빗대 표현한 이 이름에 대해 당사자들은 ‘의외로’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 아프’라니….

그래서 해양부 안에서는 이 기회에 영문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직원은 “미신 같지만 현 영문 이름은 영 찜찜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영문 이름 가운데 ‘Maritime’은 해운이라는 뜻으로 해양(Ocean)보다 좁은 개념이라는 점도 명칭 변경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양부는 2003년 직원을 대상으로 영문 이름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바꾸자는 응답이 전체의 71%나 됐습니다. ‘MOA(Ministry of Ocean Affairs)’로 바꾸자는 직원이 41%로 가장 많았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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