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성장 포기 증후군’이 위험하다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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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작년 하반기 반짝 회복조짐을 보이더니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양상이다. 올 2분기의 전 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작년 이후 최저치인 0.8%에 그쳤다. 소득과 일자리가 줄고 생활수준이 떨어져 복지후생이 실질적으로 후퇴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성장 둔화와 만성적 저성장을 걱정하며 비상(非常)을 거는 위정자도, 여야 정치인도 보기 힘들다. 북한 미사일 대응처럼 경제도 ‘야단’을 떨면 국민이 불안해할까 봐 ‘성장의 위기’에도 침묵하는 건가.

미국 뉴욕 월가(街)의 한 분석가는 “아시아 경기둔화의 선봉에 한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에 10.9% 성장한 중국은 물론, 인도 베트남 등도 고성장을 구가하고 일본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설비 과잉투자를 걱정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내부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이 분석가는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정책에 목을 걸다시피 해도 모자랄 판에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 균형과 형평’을 앞세운다. 그러나 수도권과 대기업을 옥죄어 거둔 실적이라곤 ‘일부 나눠주기 복지’와 ‘혁신도시 개발 준비’ 정도다. 또 기업투자가 활발해져야 좋은 일자리가 생겨 오래갈 텐데, 그저 혈세를 뿌려 임시미봉적인 ‘사회적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며 숫자 채우기에 바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기보다는 ‘1만 달러라도 평등하게 살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경제철학이라도 되는 양 횡행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초라한 실적에다 미래의 성장기반 약화라는 짐까지 국민에게 안기고 있다. 노 정권 초기 5%대였던 잠재성장률은 4%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2030년 이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이 1.8%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놀라운데 ‘인적자본 확충이 정체되면 2011년부터 10년간 1.9%로 급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까지 나왔다.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은 노 정권의 철저한 이념 탓’이라는 한 관계자의 증언처럼 노 정권은 이미 실패로 판명된 ‘이념과 코드’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러니 경제성장을 통한 민생의 재기(再起)를 기대하기 어렵다. 각계의 경제주체들, 특히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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