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동호인들의 시대다. 인터넷 다음카페에는 스포츠 관련 동호회만 1만3000개가 넘는다. 없는 것이 없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고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분명 같이할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묘기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들, 물갈퀴를 발에 끼고 현대판 인어를 꿈꾸는 사람들…. 이색적인 스포츠 관련 동호회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2002년 개봉됐던 홍콩 스타 저우싱츠(周星馳) 주연의 영화 ‘소림축구’를 혹시 기억하는가. 이 영화는 무술과 축구를 코믹풍으로 접목시키긴 했지만 단순히 싸움을 위한 기술로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무술이 현대에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모색으로도 읽힌다.
국내에도 무술의 새로운 영역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다음카페’의 무술 동호회인 ‘익스트림 마셜아츠 X-File’ 회원들이 바로 그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내의 한 체육관에 동호회 회원 20여 명이 연습을 하기 위해 모였다. 간단한 몸 풀기를 끝내고 본연습에 들어간 회원들은 공중을 휙휙 날기 시작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무술은 동호회 명칭 그대로 ‘익스트림(극한의) 마셜아츠(무술)’. 한마디로 묘기 무술이다.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아 차는 발차기 등 고난도의 화려한 공중 기술들을 연마한다.
태권도, 합기도, 쿵후 등 동양무술이 미국으로 건너가 볼거리를 위한 무술 형태로 발전된 것이 이제 어엿한 무술 장르로 자리 잡아 국내에서도 요즘 인기 폭발이다. 김동진(30) 씨 등 몇 명이 2004년 6월 시작한 이 동호회도 2년 만에 온라인 회원 2만5000여 명을 자랑한다.
마셜아츠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폼 나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에 여자친구를 데려온 김용범(19) 씨도 “화려하고 멋있기 때문에 한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김 씨의 공중 묘기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연습 분위기가 자유분방하고 자기표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또 다른 어필 요소다. 이 점에서 규율과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일반 무술 도장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 동호회 2년 만에 회원 2만5000명 ‘북적’
동호회 내 시범단 멤버인 우영공(24) 씨는 “마셜아츠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출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자기 이름도 붙일 수 있다”고 말한다.
초급기술에 속하는 구르기, 발차기 등은 곧 따라할 수 있지만 ‘구르면서 발차기’ ‘720도 회전 발차기’ 등 연속 기술 등 고급기술은 유단자들도 1년 이상 연습해야 한다.
국내 마셜아츠 1세대로 꼽히며 묘기 무술 공연단체 ‘점프’의 멤버이기도 한 김동진 대표는 “연습 과정은 고되지만 사람들의 감탄을 이끌어 내는 동작을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이 기사 작성에는 오충환(서울대 미학과 4년) 대학생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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