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KRA) 임직원들은 요즘 즐겁지 않다. 경마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마 매출은 2001년 6조163억 원에서 2002년 7조6491억 원으로 최고조에 달한 뒤 이후 해마다 내림세다. 지난해 매출액은 5조1548억 원으로 2002년에 비해 2조4000억 원 이상 줄었다. 3년 만에 32%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마사회는 세금 줄이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마사회는 총매출액의 72%를 고객에게 환급금으로 돌려주었다. 18%를 세금으로 내고 10%를 마사회가 가져갔다.
마사회는 최근 18%에 달하는 세금을 9%로 줄이는 의원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세금을 줄여 남는 돈으로 고객환급금을 75%까지 늘리려고 한다. 고객이 베팅을 통해 가져 갈 수 있는 돈의 액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고객환급금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3조7115억 원에서 4조2604억 원으로 5489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마사회는 추산하고 있다. 물론 마사회의 이익금도 3706억 원이 늘어난다.
마사회는 고객환급금이 늘어나면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액수를 베팅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매출액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사회는 매출액이 늘어나면 해마다 축산발전기금이나 농어촌복지사업으로 내는 돈도 2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마치 ‘더 많은 돈을 따게 해 줄 테니 경마장에 더 자주 오라’고 손짓하는 것과 같다. 경마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고객의 경마 즐기기 패턴이 변해 거액 베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마장을 찾는 고객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다만 베팅 액수가 줄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사회가 고객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베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경마장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다양한 베팅 방식을 개발해 건전 레포츠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모든 사람이 꼭 돈을 따기 위해서만 경마장을 찾는다고 가정한 채 정책을 마련한다면 경마장 가는 길은 여전히 덜 건전해 보이지 않을까.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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