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게 될 용산기지의 녹지 공간을 일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앞마당으로 만들 수 없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각은 옳다고 본다. 건교부는 용도 변경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건교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 법안이 공원용지 일부를 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만은 틀림없다.
서울시가 ‘용산 민족공원’의 당위성만 부각하려는 자세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숲이 우거진 공원이 되면 그 혜택은 서울시민이 누리게 될 텐데 재원 문제를 중앙정부에만 떠넘긴다면 무책임하다. 오 시장도 재원 마련을 위해 용산 철도공작창 터나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등 10여 곳의 국유지를 상업 용도로 변경해 줄 수 있음을 내비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이들 지역은 마구잡이로 개발해도 좋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서울시는 재원 조달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용산기지는 124년 만에 돌려받게 되는 아픈 민족사의 현장인 동시에 콘크리트 빌딩으로 뒤덮인 서울 도심에 한줄기 숨통을 틔워 줄 보배 같은 곳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못지않은 시민의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서울 도심에 이만한 규모의 공원 녹지를 가질 기회는 없다.
용산기지 활용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족의 자긍심 회복과 도시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큰 밑그림에서 풀어야 한다. 돈 때문에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아파트 빌딩에 가려진 한강변처럼 도시계획의 재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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