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부의 前職 당국자들도 반대하는 ‘작전권 환수’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어제 서울역 광장에선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등 전역군인단체 회원 5000여 명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제 반대 성명을 낸 전직 국방장관 등 예비역 장성 60명은 낡은 군복을 꺼내 입고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김성은 전 장관은 “우리가 어떻게 지켜 온 태극기와 나라냐”며 목이 메어 눈물지었고, 이상훈 전 장관은 “한미가 작전권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마치 미국이 독점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여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초유의 사태를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는 판이다. 노 정부의 첫 국방장관이었던 조영길 씨도 반대성명에 서명했고, 이에 앞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 한승주 전 주미대사 등도 이 정권의 무모함과 미숙함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오죽하면 이럴까.

심지어 노무현 코드의 화신(化身) 같은 윤광웅 국방장관까지도 “지금 환수되더라도 작전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9일 군 원로들에게 “아무리 이르더라도 2012년 이전엔 안 된다는 것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생각마저 이처럼 다르다면 국민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은 또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방한을 마치고 어제 귀국길에 오른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왜 우리가 이런 문제로 서먹서먹해하고 다퉈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스콧 스나이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더는 미국의 전략요충지가 아니다”면서 “(6·25 직전인) 1940년대 후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에서 미국이 (완전히) 빠져나오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정권이 작전권 환수를 밀어붙이는 것은 오기(傲氣) 아니면 사상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적 저항을 더는 키우지 말고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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