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승호]리카도에 대한 불만

  • 입력 2006년 8월 13일 20시 45분


타이거 우즈는 매년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린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데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다녔을 만큼 명석한 우즈는 골프 이외에 다른 일도 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즈가 집 잔디를 깎는 데는 2시간 걸리고, 그 시간에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치면 500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하자. 그리고 우즈의 이웃인 포레스트 검프는 같은 면적의 잔디를 깎는 데 3시간 걸리며, 그 시간에 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 50달러를 벌 수 있다고 치자. 우즈는 검프에게 100달러쯤 주며 잔디 깎기를 부탁하고 자기는 골프 교습을 할 것이다. 검프는 골프장에서도, 잔디 깎기에서도 우즈에게 뒤진다. 즉 어느 일에서도 ‘절대우위’가 없다. 그렇지만 검프는 잔디를 깎아 주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본다.

그런데 우즈는 미국인이고 검프는 캐나다인이며, 국경을 사이에 둔 가까운 마을에서 각각 살고 있다면 어떨까. 똑같은 거래를 해도 교역이 된다(국경 지역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상품 무역도 원리는 똑같다. 분업에 따른 교환이 국경을 넘어 일어날 경우 ‘무역’이라고 달리 부를 뿐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의 가장 큰 공로는 교역에서 ‘비교우위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가 예로 든 것은 영국산 직물과 포르투갈산 포도주였다. 그래서 교과서에서 비교우위 원리를 설명할 때 직물과 포도주의 예가 자주 원용된다. 아마 1800년대 초반에는 프랑스산 포도주보다 포르투갈산이 더 유명했나 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필자는 리카도에게 불만이 있다. 포르투갈은 영국에 비해 ‘짧은 노동으로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비교우위 원리를 배우고 나서도 포르투갈산 포도주처럼 절대우위가 있어야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제대로 설명하려면 절대우위는 없고 비교우위만 있는 예를 들었어야 했다. 골프에서보다는 잔디 깎기에서 우즈에게 ‘상대적으로 덜 뒤져서’ 잔디 깎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검프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또 절대우위 산업이 없는 나라라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덜 뒤지는’ 비교우위 산업은 반드시 존재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일정이 내달 6∼9일로 잡혔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에도 경청할 부분이 있다. 통상 협상과 국내적 보완대책은 병행 추진돼야 충격을 줄이고 국익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수출은 늘지 않는 반면 수입만 증대된다”느니, “외환위기보다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느니 하는 주장은 억지다. 시장 장벽이 낮아지면 수출과 수입은 거의 비슷하게 늘어난다. 어느 한쪽만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사례도 없다. 또한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교역은 그것이 두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어쩔 수 없이 맞은 외환위기와 같을 수는 없다. 반대론자들이 실패 사례로 드는 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대미 무역수지와 투자 유치 등이 호전됐다.

이런 억지 주장은 교역에 적용되는 비교우위 원리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리카도가 절대우위 상품인 포르투갈산 포도주를 비교우위 상품인 양 ‘적절치 않게’ 예시한 것도 이런 오해를 확산시킨 것 같아 그가 좀 원망스럽기도 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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