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는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자리이지, 인사에 간섭하거나 청탁을 하라는 자리가 아니다. 오죽하면 공무원 사회에서 청와대의 무리한 인사청탁 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국민은 청와대판 ‘인사 브로커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세금을 낼 수는 없다.
대통령비서들의 인사 개입은 이번뿐이 아니다. 2004년 박기정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퇴한 것이나, 노무현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인 윤영관 씨가 외교·안보팀 내의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갈등 속에서 그만둔 배경에도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정 부처 및 그 산하기관의 경우 청와대의 일개 비서관이 자기 사람을 워낙 많이 심어 그의 ‘인맥’이 진을 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러니까 정부 산하기관 등의 인사추천위원회와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기관장이나 감사 선임 때 특정 인사를 미리 낙점해 3배수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키도록 하거나, 장관들로 하여금 제청토록 하니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겠는가.
심지어 복수 추천 명단에 자신들이 점찍어 놓은 인사가 포함되지 않으면 추천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재공모를 하도록 하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해도 한 부처의 산하기관장을 뽑으면서 이런 일이 생겨 물의를 빚었다. 당시 1차 추천 때 3위를 한 사람이 재공모 과정을 거쳐 결국 기관장이 됐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번 일로 홍보수석실 관계자들도 조사했지만 인사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한다. 인사 청탁을 거절한 사람을 압박한 민정수석실이 청탁 혐의자들을 조사했다는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대통령비서들의 일탈은 결국 그들을 부리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으니 대통령이 직접 진상규명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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