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랑에 능숙하지 못한 탓에 그는 주류에서 승승장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은 덕에 증권가에서는 그를 ‘진짜 전략가’로 여기며 존경하는 후배가 적지 않다. 개인 사정으로 1년 동안 쉬었던 그가 최근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현업에 복귀했다.
○반성하는 전략가
정 부장은 최근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전략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복귀하면서 내놓은 ‘명품(名品) 주식들에 대한 보고서’, ‘명품 주식들을 찾아서’라는 2개의 보고서는 48개 언론 매체에서 인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그의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명품 랩’은 판매 한 달 만에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그러나 이처럼 주목을 받는 자리에 올라섰는데도 그는 2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책 ‘주가학 원론’에서 추천 종목이 부도가 난 10여 년 전의 사례를 들며 “당시 나의 부주의에 따른 과오를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을 꾸짖은 적도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겸손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주가 앞에서 모두가 겸손해야 합니다. 실패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럴 때일수록 실패를 인정하고 빨리 반성하며 새로운 것을 배워야 그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만이 살길
시장(市場) 앞에서는 모두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투자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펀드매니저와 원숭이가 종목을 찍어 수익률을 경쟁했는데 원숭이가 이겼더라’는 일화는 그야말로 가십일 뿐이라는 것. 한 번은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어도 반복해서 실험을 계속하면 분명히 펀드매니저가 이긴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아무렇게나 투자하는 원숭이가 공부하고 배우는 펀드매니저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투자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황당한 일을 자주 겪는다고 한다.
두 시간 동안 열심히 투자 원칙과 자세에 대해 설명하면, 사람들은 “잘 알았으니 이제 종목 좀 찍어주세요”라고 나온다는 것.
그렇게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 솔깃한 정보, 차트에서 나오는 간단한 매수 신호 한두 개를 보고 전 재산을 몰아 넣는 투자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 대신 재무제표와 차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원칙을 지켜 나가라고 정 부장은 조언한다.
그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투자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자기가 투자한 종목이 뭐 하는 회사인지, 자기가 투자한 펀드가 어떤 성격의 기업에 투자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투자로는 성공할 수 없어요. 공부하고 노력하세요. 그것만이 주식과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입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정의석 부장은… △1960년생 △1984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8년 신한증권 입사 △1999년 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차장 △2006년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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