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이 기자의 집안 배경이 이번 사건의 해결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의 아들’임을 적시했고 일부 독자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연좌제적 발상”이라는 비난의 글을 받았다. 아버지가 대통령의 측근 인사라는 사실과 아들의 비행이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MBC가 이 기자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두 번의 재심 끝에 징계 수위를 정직 6개월로 번복한 것은 ‘아무개 아들’이라는 사실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MBC는 7월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기자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자는 재심을 요구했고 위원회는 3일 다시 회의를 연 끝에 ‘해고 유지’ 결정을 내렸다. 그 뒤 최문순 사장이 이례적으로 재심을 요청했다. 결국 14일 회의에서는 ‘정직 6개월’ 결정이 났다.
MBC 측은 최 사장의 이례적인 재심 청구권 발동에 대해 “피해자 가족이 감사실로 이 기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보내 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족의 탄원서는 7월 28일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위원회가 8월 3일 첫 재심을 통해 해고 유지 결정을 내릴 때 이미 탄원서 내용을 반영했다고 보아야 한다.
MBC 내부의 다른 징계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형평에 어긋난다. 2004년 말 기업체 임원에게서 고가의 핸드백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가 되돌려준 간부 직원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에게는 ‘모 인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처음에 연좌제적 발상이라며 비난하던 독자들은 이제 “백이 좋긴 좋네” “이 기자가 아무개 아들이 아니었어도 최 사장이 살리려고 기를 썼을까”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친여 언론단체들이 이례적으로 MBC의 재심 결과 번복에 침묵하는 것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사람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빼고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역연좌제’는 살아 있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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