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어제 내놓은 작전권 환수 로드맵 초안을 보면 이런 판단은 더 굳어진다. 초안은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한미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고, 각국 독자(獨自) 사령부 간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 ‘전·평시 작전 협조본부’를 창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멀쩡한 집을 허물고 무리하게 새집을 짓는 격인데, 이런 식이라면 굳이 작전권 환수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와 여당이 그제 내놓은 작전권 환수 4대 선결 조건도 마찬가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유지, 주한미군 계속 주둔과 유사시 미 증원군 파견 보장, 정보 자산 등 한국군 부족 전력의 지속적 지원, 전쟁 억지력과 공동 대비태세 유지를 전제로 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이미 충족시키고 있다.
더욱이 현 체제 아래에서도 미군이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모든 한국군 부대에 대해 작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지휘권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의 틀로도 가능하다. 공연히 ‘자주’를 들먹이며 작전권 환수를 주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과 작전권을 공동 행사함으로써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증원 병력은 1300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까지 있다. 올해 우리나라 일반예산(144조8000억 원)의 9배다. 그런데도 작전권 환수를 주장하는 데 대해 한 전직 국방부 장관은 ‘바보 짓’이라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마이클 그린 전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작전권 환수는 북측에 엄청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과 함께 북의 3대 요구사항 아니냐”고 반문했겠는가. 국민을 오도, 선동하는 ‘자주 장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