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다이야기 ‘책임 핑퐁’에 어른거리는 배후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바다이야기’ 등급 심의를 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 감독 부처인 문화관광부의 책임 공방에서 양쪽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종잡기 어렵다.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은 그제 “2004년 2∼5월 다섯 차례나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물의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행성 게임의 문제점을 국무총리, 장관, 검찰이 다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장관이었던 자신은 할 일을 다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 같기도 하고, 실제로 책임은 다른 곳에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러나 당시 영등위 김수용 위원장은 “문화부 담당자들이 찾아와 영등위 심의가 가혹해 게임업자들이 굶어죽을 판”이라며 심의 완화를 거듭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말과는 한참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현직인 김명곤 장관은 국회 문광위에서 “문화부가 영등위에 다섯 차례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바다이야기의 등급을 분류하기 전의 일”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이 맞는다면 석 달 동안 다섯 번이나 공문을 보냈던 문화부가 바다이야기 문제에는 왜 침묵했는지 의문이다.

영등위 심의를 둘러싸고 관련자들이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영등위 심의의 내막을 철저히 수사하면 바다이야기 뒤에 어른거리는 권력형 비리의 검은 그림자를 붙잡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영등위의 게임물 심의 과정이 온갖 로비에 노출돼 왔다는 것이 영등위 관계자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문화부의 한 전직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특정업체를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해 달라는 정치권의 민원과 청탁이 빗발쳤다. 여야 할 것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정받을 자격이 없는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로비와 비리 의혹을 뒷받침한다.

바다이야기 사건을 단순한 정책 실패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관련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도박공화국의 배후에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배후가 다소 복잡할 듯하지만, 이를 찾아내는 것이 감사원과 검찰의 직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