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는 학생 수가 25명 이상이면 보조금을 준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 선발에서 교과 운영, 교사 채용까지 자율권을 갖는 학교를 쉽게 세울 수 있고, 학교 선택의 폭도 넓다. 덴마크가 사립학교를 프리스쿨(free school)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스쿨에 의무교육 대상 학생의 13%가 다닌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본지가 2001년 연재한 '교육이 희망이다' 시리즈의 일부분이다. 5년 전 기사를 떠올리게 만든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이었다.
교육부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과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설립 방침을 밝히자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감이 자사고를 설립하려면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 국제중의 경우 교육감이 설립 인가권을 갖고 있지만 교육부는 법을 고쳐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법이야 어떻든 교육부의 생각과 어긋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시대는 변한지 이미 오래지만 교육부는 아직도 똑같은 붕어빵을 양산하는 일사불란함을 즐기는 듯하다. 사고방식과 능력이 엇비슷한 학생을 양성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는 세계화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한국 교육은 세계 수준으로 질적인 도약을 해야 하며,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 위임을 통해 교육에 있어서 자율과 분권의 원리가 실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초중고교의 설립 권한은 교육감에게 귀속됐다.
이런 점을 잘 아는 교육부가 왜 시대에 뒤떨어진 일을 하려고 드는 것일까. 교육부 관계자는 국제중과 자사고가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 질문을 던져보자. 국제중과 자사고의 설립을 막는다고 사교육이 줄어들까. 교육부는 평준화 체제를 줄곧 유지해왔지만 이미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사교육비 격차는 10배나 벌어졌다. 사교육이 다양한 학교의 결과물이라고 딱히 주장할 수도 없는 처지다.
교육부가 인과 관계마저 불투명한 사교육비를 이유로 국제중, 자사고 등 교육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를 막는다면 한국 교육은 수십 년이 지나도 붕어빵 교육으로 남을 것이다. 교육부는 법의 취지에 맞게 초중고 교육을 각 시도교육감에게 맡겨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이 꽃피게 해야 한다. 물론 그 책임은 교육감이 져야 하며, 교육감 선출의 책임은 해당 지역 사회가 져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교육부는 이제 초중고 교육을 획일화 체제에게 해방해야 한다.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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