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생각이 달라졌다

  • 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7월 한국기원이 발표한 기사 랭킹을 보면 최철한 9단은 근소한 차로 이세돌 9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고 이희성 6단은 14위.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서 과거 전적이나 랭킹은 기록일 뿐 오늘 이 순간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다.

흑이 우상변 정석 과정에서 한 박자를 잃어버린 탓에 백 ○의 뛰어듦을 당했다. 흑 33은 ‘가’의 뒷문도 열려 있는 데다 흑 ○를 끌고 나와 싸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버릴 속셈이다. 적어도 흑 33에 상대가 참고도 백1 이하로 잡아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흑 6까지 중앙 흑 세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백이 34로 상대의 주문을 살짝 비틀자 흑의 생각이 달라졌다. 이희성 6단은 흑 35 이하로 ○를 살려 나왔다. 물론 이렇게 머리를 내미는 것이 백 ○ 일단에 대한 공격이 된다고 본 까닭도 있다. 흑 43에 이은 45의 끊음은 47, 49로 흑의 등을 두텁게 하기 위한 수법이고, 백 52의 지킴은 흑 ‘나’의 공격을 경계한 수비였다.

백 54까지 상변은 이런 정도의 흥정인 듯싶다. 다음 흑이 서둘러 55로 빈 귀를 굳히자 백은 곧장 56에 갖다 붙였다. 나뭇가지에 새가 앉듯 이렇게 붙일 수 있는 것 또한 흑 ○와 백 ○를 교환해둔 덕분이다. 54…45의 곳.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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