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우상변 정석 과정에서 한 박자를 잃어버린 탓에 백 ○의 뛰어듦을 당했다. 흑 33은 ‘가’의 뒷문도 열려 있는 데다 흑 ○를 끌고 나와 싸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버릴 속셈이다. 적어도 흑 33에 상대가 참고도 백1 이하로 잡아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흑 6까지 중앙 흑 세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백이 34로 상대의 주문을 살짝 비틀자 흑의 생각이 달라졌다. 이희성 6단은 흑 35 이하로 ○를 살려 나왔다. 물론 이렇게 머리를 내미는 것이 백 ○ 일단에 대한 공격이 된다고 본 까닭도 있다. 흑 43에 이은 45의 끊음은 47, 49로 흑의 등을 두텁게 하기 위한 수법이고, 백 52의 지킴은 흑 ‘나’의 공격을 경계한 수비였다.
백 54까지 상변은 이런 정도의 흥정인 듯싶다. 다음 흑이 서둘러 55로 빈 귀를 굳히자 백은 곧장 56에 갖다 붙였다. 나뭇가지에 새가 앉듯 이렇게 붙일 수 있는 것 또한 흑 ○와 백 ○를 교환해둔 덕분이다. 54…45의 곳.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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