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정책기사 점검 시스템 운용 결과’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조사 결과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9∼14일 각 부처 홍보관리관실을 통해 부처별로 6명(홍보 담당 3명, 정책 담당 3명)씩 47개 부처에 설문지를 보내 257명의 응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설문지 자체에는 인적사항을 기입하는 난이 없다. 하지만 설문지를 전달한 홍보관리관실은 누구에게 설문지를 보냈는지 안다. 자신을 포함해 몇 명만 홍보관리관실에서 설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공무원이 제대로 응답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해당 홍보관리관실은 응답자가 누구인지 알겠지만 요즘 공무원 사회가 자기 의견을 충분히 말할 분위기는 된다”고 말했다.
설문 문항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정부 차원에서 언론의 건전한 비판은 적극 수용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잡도록 대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옳은 방향이다(86.3%·221명) 2. 잘못된 방향이다(3.9%·10명)….
‘정책기사 점검 시스템은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대한 수용과 잘못된 보도에 대한 대응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 매우 필요(22.2%·57명) 2. 조금 필요(43.6%·112명)….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고, 잘못된 보도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또 ‘언론의 건전한 비판 수용과 잘못된 보도에 대한 대응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 없다고 할 사람도 있을까. 이런 조사 방식과 설문 문항이라면 왜 100%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답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 시민단체가 최근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국정브리핑’을 패러디해 만든 ‘걱정브리핑’이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답이 뻔한’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버젓이 발표하는 국정홍보처의 행태를 보면 ‘걱정브리핑’이 생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