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7대 부국(富國)’이었지만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진 후 추락을 거듭해 지금은 1인당 소득이 3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극심한 빈부격차로 절대빈곤계층이 55%에 이른다. 과중한 외채와 실업, 일상적인 파업과 시위가 회생(回生)을 가로막고 있다.
필리핀도 1960년대까지 ‘제2의 일본’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부패와 독재에 시달리면서 성장이 멈춰 세계 최대의 가정부 수출국이 됐다. 2002년 1인당 소득이 912달러로 20여 년 전인 1980년(671달러)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1인당 소득이 남한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수백만 주민을 굶기고 있다. 이처럼 정치와 체제, 제도와 가치를 통해 국민적 동기(動機)를 결집하는 데 실패하면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후퇴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체제와 가치’가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세력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매진하기보다는 네 탓하기, 과거 들추기, 편 가르기에 골몰하고 있다. 또 평등 이데올로기와 ‘나눠먹기식 복지’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참여정부 출범 후 4년째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성장엔진 이상(異常)을 외면한다.
한국은 산업화에 발맞춰 숨 가쁘게 고속성장을 했지만 지금처럼 성장동력을 까먹다가는 거꾸로 고속추락에 직면할 수 있다. 경고음은 이미 늦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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