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빅3’만 분열 않고 대선까지 가면 필승(必勝)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집단에서 ‘대통령감 1위’로 꼽히면서도 지지율 5%의 벽을 못 넘는 손 전 지사가 분발해 3강(强)구도만 형성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한다. 요는 ‘이번엔 절대 안 진다’는 것이다.
3년 반에 걸친 국정파탄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여권 내 대선예비주자의 지지율을 합쳐 10%가 안 되는 상황인 만큼 이를 ‘근거 없는 낙관’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거는 과학이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한나라당은 지금도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조사(KOSI)의 조사결과 6월 말 45.9%였던 한나라당 지지율은 8월 말 34.9%로 두 달 새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여당 지지율과 동반 하락한 것이다.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마저 ‘사대(事大)주의’라는 비판을 걱정해 좌고우면하고 사립학교법, 부동산거래세 인하 등 현안에 우왕좌왕한 데 따른 실망감의 반영이다. 심지어 전시작전권 논의중단 촉구 결의문 채택을 위해 지난달 소집된 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산회되자 “이게 야당(野黨)이냐”는 자탄의 소리까지 당내에서 나왔다.
더 심각한 것은 ‘전에도 지금도 한나라당이 싫다’는 ‘한나라당 절대 혐오층’이 작년 11월 29%에서 최근 31.8%로 오히려 늘어난 점이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어제 한나라당 주최 세미나에서 “보수층이 늘고 있다는 것도 착시(錯視)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중도유권자는 2002년 대선에서 32.3%, 5·31지방선거에서는 42.6%로 급증한 반면 진보와 보수는 현재 30% 안팎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결국 ‘중원(中原) 전투’에서의 승리 여부가 대선승리의 관건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선승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한 착각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벌써 ‘밥그릇 다툼’만 눈에 띈다.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은 7·11대표경선에서 ‘줄 세우기’와 ‘세(勢)과시’로 일전(一戰)을 벌이더니 최근엔 지지자들끼리 ‘박빠’(친박 전 대표 측) ‘명빠’(친이 전 시장 측)로 나뉘어 당 홈페이지에서 저질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된장녀’ ‘세상물정 모르는 수첩공주’, ‘노가다’ ‘대통령 시켜주면 김일성 동상 앞에서도 절할 사람’이라는 시정잡배 수준의 공방이 연일 홈페이지를 뒤덮었지만 양쪽 다 방관만 했다.
유력 두 대선주자 진영 내에서는 벌써 진입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 ‘새 피’가 들어오면 자기 밥그릇이 없어지는 만큼 측근들의 견제가 심해진 탓이다. 인재 영입의 소리만 높았지, 정작 당 차원의 외연 확대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 패배의 원인인 ‘뺄셈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대선에서 이기려면 “나라를 살리겠다”는 진정성과 미래 나라 운영의 그림이 국민에게 전해져야 한다. 경제 침체와 안보 불안으로 국민은 하루하루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내는데, 밥그릇 싸움으로 지새우며 표를 달라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한나라당은 너무 빨리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이동관논설위원 dklee@donga.com
“한나라당 대망론? 지금처럼 하면 어림없다”
“한나라당 대망론은 아직 멀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주재로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집권, 확실한가’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나라당은 7·11전당대회 후 보수성이 강화된 지도부에 중도세력이 등을 돌리면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고 수해골프 파문 등으로 새 지도체제가 민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며 “이는 한나라당의 5·31지방선거 압승이 반사이익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은 각종 선거 승리로 인한 ‘보수강화론’ 착시, 40%가 넘는 높은 지지도 착시, 참여정부의 실패로 중도세력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중도층 착시 등 이른바 ‘3착시’에 빠져 있다”며 “민심은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또 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리는데 한나라당은 이를 못 듣는 ‘청각장애정치’에 매몰돼 있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은 한나라당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여당에 비해 소속감과 일체감이 떨어지고 비판에 무감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극 대응과 여야 영수회담 제안 등 전략전술의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은 “전시작전통제권 등 주요 현안에서 여론에 따라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뜨거운 애국심으로 국민을 감동시키고 좌파 척결을 통해 반좌파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탈이념화, 중도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분법적 사고라는 과거의 눈으로 오늘을 보고 있고 아직도 여당증후군이 있다”며 “차기 대선과 총선이 가깝기 때문에 대선후보 결정 과정에서부터 지역구 공천에 신경을 쓰는 의원들이 (대선후보에 줄서기를 하며) 분열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한나라당 의원은 개개인으로 볼 때는 최고의 전문가집단이지만 지난 대선 때 방송광고에서 봤듯이 선거 전문성은 너무 없다. 하지만 관료적이다 보니 부족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선거에선 정책보다 정책의 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비방전이 당의 권위와 후보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이는 이적행위이고 누워서 침 뱉는 자해행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홈페이지에 악의적 댓글을 올리는 사람을 엄정 조치하고 외부 단체의 조직적인 음해 여부도 조사키로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23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