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68은 참고도 백 1로 내려빠지는 게 최선이었다. 흑 71을 허용한 실전과 참고도의 하변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하리라. 이어 흑 77이 승리를 굳히는 수였고 이 뒤로는 흑이 두터움을 활용해 시종 백을 괴롭혔다. 백이 항서를 쓴 대목에서 격차는 11∼12집.
비록 지난 기에서 국수 자리를 내줬으나 최 9단은 천하의 이창호 9단을 두 번 연속 꺾으며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돌부처 무는 독사’였다. 그랬기에 팬들은 1980년부터 무려 9년 동안 벌여진 ‘조훈현-서봉수의 국수전쟁’을 연상하게 하는 최철한-이창호의 격돌을 기대했을 것이나, 복병 이희성 6단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것. 그것이 영원한 강자가 있을 수 없는 승부세계의 묘미이자 신선함 아니겠는가. 207수 끝, 흑 불계승. 54…45, 142…77의 곳.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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