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정부 아래에선 투자할 생각 없다”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현 정부는 해마다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기업들은 번 돈의 대부분을 그냥 쌓아 둔 채 국내투자를 꺼린다. 10대 그룹만 보더라도 언제든지 투자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잉여금이 6월 말 현재 145조 원에 이른다.

이런 돈이 설비 신증설이나 연구개발에 쓰이지 않고 잠겨 있으니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경제성장력이 떨어진다. 당장도 문제지만 장래의 국민경제가 더 걱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더 발휘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더욱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환경 또한 중요하다. 바로 이 점에서 지금 한국은 ‘투자하고 싶은 나라’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지나친 규제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놓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하나만 하더라도 정부 여당 안에서 ‘풀자’ ‘안 된다’는 줄다리기가 해를 거듭하고 있다. 대기업에 족쇄 채우는 것을 정권의 거룩한 정체성(正體性)인양 착각하는 시대착오적 이념병(病)이 한 원인이다. 수도권 투자 규제 역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주의적 이념병과 관련이 있다. 이에 따른 균형발전 효과보다는 국내 투자 불발(不發)·지연·축소의 국민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어제도 국회에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입법을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기업에 대한 규제 권력을 강하게 유지해야 공정위 출신 퇴직자들이 로펌 같은 곳에 영입돼 우대받을 수 있다는 ‘집단이기주의’도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근본적으로는 경영권과 사유재산권을 지켜 줄 것 같지 않은 정권 행태가 문제다. 그래서 기업인들 사이에서 “이 정부 아래에선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걸핏하면 기업에 ‘화풀이’하는 정치사회적 풍토를 부채질하고, 외교안보정책까지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니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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