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70년이 흐른 2006년. 손 선생의 정신과 업적은 잊혀져 가고 있다. 특히 손 선생의 정기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기념행사조차 예산 부족으로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손기정기념재단은 지난달 9일 서울광장에서 베를린 제패 70주년 행사를 치르며 이달 9일부터 베를린 현지에서도 동상 제막식과 회고전을 열 예정이었다.
‘마라톤 우승자 일본인 손(MARATHONLAUF SON JAPAN)’이라고 새겨진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 태극기를 가슴에 새긴 손기정 동상을 세워 손 선생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관계 기관과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9일 행사는 일찌감치 취소됐고 예비일로 잡은 10월 3일과 손 선생 기일인 11월 15일에도 행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손기정 금메달을 국가문화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도움을 줄 뜻을 비쳤지만 국회가 각종 대형 정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결의문은 잊혀져 갔다. 주무 부서인 문화부도 ‘예산이 없다’며 등을 돌렸다. 경기도청과 경영자총연합회도 “좋은 행사”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아직 후원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손기정기념재단이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중고등학생 462명 중 39%가 손기정이란 이름을 들어 본 적조차 없다고 한다. 이름을 들어 봤다는 응답자 3명 중 1명도 손기정 선생을 ‘친일파’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같은 일본 정치인들이 왜곡된 역사관으로 자국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한국인임을 내세우며 세계를 제패한 손 선생 같은 영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베를린 현지 기념행사는 영웅을 역사 속에서 다시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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