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는 부산에 있는 브니엘고등학교. 10여 일 전 취임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 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 중후반 때의 이야기다.
그 시절 전세방 한 칸 얻을 돈이 없어서 그의 부모와 어린 5남매는 부산 동래의 거제리(현 연제구 거제동)에서 과일을 담는 나무상자를 뜯어 지은 판잣집에서 3년가량 살았다. 옹벽 아래 도랑 위에 지어진 이 집의 한가운데로는 하수가 흘렀다.
경남 남해에서 농사를 짓던 부친이 논밭을 팔고 가산을 정리해 부산으로 나와 사업을 하다 실패한 탓이었다.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했던 학생 김성호는 고등공민학교에 다니면서 집안 형편이 좋았던 초등학교 동창생의 집에서 ‘입주과외교사’로 더부살이도 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가 된 뒤, 학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우학생의 사연을 접할 때엔 남몰래 돈을 보내곤 했다.
그의 소년 시절이 그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아니다. 검찰에 있을 때 그는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렸고, 잘 나가던 서울지검 특수부장 시절 검사직을 접고 미국 유학을 떠나려 했을 정도로 굴곡을 겪었다.
검찰의 속사정을 잘 아는 수사통 출신인 그가 법무부 장관에 오르자 검찰 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내각의 장관은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참모이지만 굳이 ‘대통령 편이냐, 검찰 편이냐’ 하고 편을 가르자면 뼛속 깊이 검사의 피가 흐르고 있는 김 장관이 검찰 편에 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검사들로선 현 정부 들어 ‘검찰의 문민(文民) 지배’라는 명분 아래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됐던 비(非)검찰 출신인 강금실, 천정배 전 장관을 모시며 ‘데었던’ 기억이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젊은 검사들 사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 수뇌부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검찰을 속속들이 잘 아는 김 장관이 오히려 ‘무서운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시스템이나 문화적 토양이 워낙 달라 비교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김 장관을 연방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을 겸하는 미국의 법무부 장관에 비유하는 검사도 있다.
김 장관 역시 여느 검사처럼 검찰총장의 꿈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송광수 전 총장이 임기를 마쳤을 때, 이어 김종빈 전 총장이 6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을 때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장관이 된 지금 그의 꿈이 과욕으로 번져 ‘검찰총장 위의 검찰총장’으로 군림할 수도 있다.
우리의 법무-검찰시스템은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인사·예산권을 주고, 검찰총장에게는 독립된 수사지휘권을 보장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돼 있다. 그러나 잘못 작동하면 때로는 검찰 독립을 해치는 정치적 외압의 시비를, 때로는 브레이크 없는 독재적 검찰의 폐해를 낳기 쉽다.
김 장관으로서는 지금의 자리가 마지막 공직일 가능성이 높다. 중학교 졸업장은 받지 못했지만, 퇴임 때 국민과 검찰로부터 명예로운 장관 졸업장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김정훈 사회부 차장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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