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 임기 6년을 확실하게 채울 수 있도록 헌재재판관 직을 사직(辭職)하도록 한 뒤 헌재소장 후보자로 내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헌재재판관 잔여 임기가 3년이었던 전 후보자가 소장이 될 경우 소장 임기는 6년이라는 주장과 3년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헌재소장 임기에 대해 “임명권자의 판단과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대통령에게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넘겼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덜컥 사표를 내고 편법적인 임명 절차를 수용한 태도는 헌재소장으로서 지녀야 할 독립성 수호 자세가 결여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국정 경험이 없는 386세력이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대거 당선된 이후 국회는 위헌적 법률을 잇달아 쏟아 내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헌재가 중심을 잡고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라는 것이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한 취지다. 중요 사건 결정에서 친여(親與)적인 의견을 내 코드 논란을 빚은 전 후보자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헌재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정치권력은 헌재 결정이 입에 맞으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헌법 경시 풍조 아래서 헌재가 국민으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으려면 헌재의 구성이 특정 코드에 편중되지 않고 균형을 갖춰야 한다. 특히 헌재소장은 헌법 해석의 최고기관에 걸맞은 경륜이 있어야 한다.
전 후보자는 경력이나 헌재재판관 3년 동안 내린 결정뿐 아니라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낸 권력 추수적(追隨的) 태도를 보더라도 헌재소장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국회의 임명동의 여부를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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