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전은 개방, 효율, 창의성을 중시하는 21세기 패러다임에 맞춰졌다. 일본 정부는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목표로 삼았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을 실현하겠다며 ‘큰 정부’를 지향한다. 일본은 작은 정부를 실현해 2010년대 초반에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은 “1100조∼1600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데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댈지 막연하다.
복지의 내용도 딴판이다. 한국은 소외계층 사회보호를 강화하는 ‘시혜적 복지’의 비중이 높다. 반면에 일본은 재교육과 평생학습을 통해 홀로서기를 돕는 ‘자립지원형 복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의 5.8배인 일본은 신발 끈을 더 바짝 조이는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한 한국은 졸부(猝富)처럼 거들먹거리며 돈을 펑펑 쓰겠다는 꼴이다.
우리 정부는 장기비전뿐 아니라 내년 예산안에서도 성장 동력 확충보다는 복지 확대에 치중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과 직결되는 교육비 투자, 신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미흡하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런데 복지예산은 10% 늘리겠다고 한다. 모자라는 9조 원은 나랏빚으로 메우겠다며 흥청망청이다.
우리 경제는 4년째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다. 내년에는 성장률 4%를 이루기도 힘들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편에 빚내서 나눠먹기 잔치를 벌이겠다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망쳐놓는 일이다. 장기 비전이나 내년 예산안도 성장엔진을 다시 점화시키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외계층에 돌아가는 열매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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