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39의 꼬부림에 ‘가’로 호구치지 않고 백 40으로 둔 수는 주도면밀했다. 일감은 참고1도의 백 1이나 이것은 흑 2로 들여다보는 수가 있다. 백 3에 이으면 이하 흑 10까지 ○ 넉 점과 백 ○ 석 점을 맞교환하게 되는데 이 흥정은 백이 손해다. 윤준상 4단이 곰처럼 힘만 쓰는 게 아니라 여우같이 용의주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 40에 흑 41로 넘어간 것은 어쩔 수 없고 백 42 때 흑 43은 기세. 만약 44에 뻗으면 백 ‘가’의 호구가 중천의 해 마냥 빛날 것이다. 피차 디딜방아를 찧던 연자방아를 돌리던 백 48까지 자기 체면을 세우고 나섰다.
그런데 반면을 들여다보면 흑의 관상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흑 49는 지네처럼 배를 바짝 붙인 채 ‘나’로 기어 넘을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둔 수지만, 흐름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2도의 흑1로 껴 붙이는 수가 있을 법하나 백이 2, 4로 차단하고 나서면 더 궁색해질 뿐이다. 백 6 때 흑은 A로 살아야 하는데 그러면 백 B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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