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과 아베 장관의 언행에도 문제가 있지만 DJ가 갑자기 미일(美日)을 비판하고 나선 경위도 석연치 않고 본질과 논리도 왜곡시켜 혼란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의 발언은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북한과 친북 좌파의 주장을 두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본질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북의 병적인 집착에 있다. 남한이 그 인질이 돼 이리저리 끌려 다닌 게 20년이 다 돼 간다. 이제 와서 ‘미일이 북을 이용하고 있다’면 미일은 그동안 북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도록 ‘일부러’ 방조했다는 것인가. DJ의 주장은 친북 좌파가 1993년 제1차 핵 위기 때부터 제기해 왔던 음모론의 재판(再版)이다.
그는 북의 달러 위조까지도 음모론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 미국이 6자회담을 깨기 위해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6·25전쟁에 미국도 책임이 있다”는 말도 좌파 수정주의의 주장 그대로다. 따지고 보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DJ의 책임도 크다. 원칙 없는 햇볕정책으로 북이 앞에서는 지원 받고 뒤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고 차단막까지 쳐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DJ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제가 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제를 만들어 놓아야 다음에 어떤 정부가 서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서도 안 될 말일뿐더러 수긍하기도 어렵다. DJ는 자신의 햇볕정책이 ‘금과옥조’라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것이 오늘의 이 혼란과 위기의 뿌리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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