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헌재소장 임명 절차의 위헌성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을 ‘만주 변호사’라고 지칭했다.
‘만주 변호사’란 변호사 자격도 없으면서 법률에 해박한 척하는 사람을 일컫는 법조계의 은어다. 조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법률통이지만 변호사는 아니다.
변호사 출신인 문 의원은 “국회에 변호사 출신 의원이 50명이다. 50명이 청문회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안 했고 차질 없이 3일간 진행됐다”며 “초등학교 수준의 논리와 정략이 결합돼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논리는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는 “지금 절차대로라면 국회에서 설령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헌재의 위상과 정치적 중립성이 계속 흔들리게 된다”고 말한다.
많은 법률 전문가도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 규정에 비추어 헌재 재판관이 아닌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심지어 열린우리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도 “임명 동의안 파동은 법이 미비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법률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오히려 변호사가 아닌 의원보다도 늦게 문제를 파악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만주 변호사’를 운운하는 발언에는 일반인에 대한 법조인들의 폐쇄적인 우월의식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논리적 반박이 오죽 어려웠으면 상대방의 ‘자격증’ 유무를 물고 늘어지는가 싶은 딱한 생각도 든다.
문 의원의 발언 직후 열린우리당 김한길 대표는 “농담성 발언이고 당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문 의원도 나중에 “조 의원을 만나 사과했고 그분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바로 사과할 말을 왜 입에 담았는가.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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