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샐러리맨에게는 꿈같은 단어입니다.
‘삼팔선’(38세만 돼도 선선히 물러난다), ‘사오정’(45세가 정년)이란 말이 유행하는 시대,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거나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든 상황에서 CEO가 된다는 것은 까마득한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CEO를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들에게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좋은 역할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공채 1기로 입사한 평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업체의 대표이사 회장까지 올라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신화’를 만들었으니까요.
▶본보 19일자 A1·B1면 참조
▶포스코 이구택 회장 “대우조선 인수? 하하, 관심있죠”
최근 이 회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그는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며 운을 뗐습니다.
“부장이나 임원이 되려고 억지로 일하기보다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별난지 몰라도 남들이 꺼리고 힘든 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먼저 나섰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힘이 나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이 회장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옛 포항제철에서 본인과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적극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내심’도 주요 항목으로 꼽았습니다.
이 회장은 37년간 회사에 몸담아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입사 초기를 꼽았습니다. 처음 포항에 내려가 보니 허허벌판에 모래와 바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너무 지루해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회사가 된다, 안 된다’며 말도 많았고요.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지 막막해서 방황했죠.”
하지만 기왕 시작한 일,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견뎠다고 하더군요.
그가 소개한 비결은 어찌 보면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현재의 그 자신을 통해 ‘기본의 힘’을 증명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사족 하나. 이 회장이 인촌상 수상자 선정을 계기로 가진 인터뷰가 본보에 보도된 뒤 포스코가 일부 언론사로부터 꽤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스코가 이 ‘역경(?)’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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