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판 중인 분유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Enterobacter Sakazakii)균이 검출됐다고 보도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카자키균은 인간의 장 내용물, 물, 토양, 공기와 같은 환경에 널리 존재한다. 2개월 미만 신생아의 패혈증, 뇌막염, 괴사성 장염 유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학계에 보고됐다.
그러나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 치명적인 경우는 조산으로 인한 저체중 및 면역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신생아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대다수의 정상아에게 건강상의 위험이 보고된 사례는 거의 없다.
사카자키균이 물에 탄 조제분유에 존재할 가능성은 세 가지 경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료유나 건조 후 첨가되는 오염된 재료의 사용, 둘째, 건조 후 포장과정에서 주변 환경(공기)으로부터의 오염,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수유하기 위해 물에 타거나 취급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물이나 공기, 용기의 사용과 관련된 외부 오염의 경우이다.
유가공제품의 법적 품질을 규정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이나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분유는 인간에게 유해하지 않은 미생물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식품으로 무균제품이 아니다. 사카자키균은 병원성 때문에 특히 유아용 조제분유에서 규제 대상으로 검토되지만 아직 국제식품규격(Codex)이나 미국을 비롯한 과학 선진국에서 별도의 규제 조항을 설정하지 못했다. 단, 분유에 대해 잠정적인 조치로 g당 1∼10마리의 장내세균군(사카자키균은 장내세균과에 속함)을 허용한다.
현재의 국제적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국내의 분유 제품 300g 중에 단 1마리의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었다는 실험 결과는 미생물학적 입장에서 볼 때 안전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조제분유에서의 사카자키균 검출 사례는 여러 차례 보고됐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분유를 탈 때 70도 이상의 물을 사용하도록 캠페인을 펴고 있다.
사카자키균이 분유 제품에서 소량 검출되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기에게 엄마의 모유 이상 안전하고 이상적인 영양 공급원은 없다는 사실이 전제돼야 하지만 사회적, 경제적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모유 수유가 어려운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조제분유를 안심하고 소비하도록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국내 유가공업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더 안전한 식품생산 체계를 확립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윤성식 연세대 교수 생리활성소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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